역사가 18년 된 정보화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업 운영에 필요한 실질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됐다. 스마트폰·스마트홈 등 도농 간 '신(新) 정보화 격차'가 나타나는 가운데 충분한 고려 없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26일 정보화마을중앙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도 정보화마을 사업 예산 가운데 인빌 쇼핑·체험 운영예산 14억원을 제외한 프로그램 관리 예산 등을 전액 삭감했다. 행정안전부가 프로그램 관리 예산 6억원을 포함시켰지만 기획재정부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프로그램 관리 예산은 정보화마을 체험상품 진행과 공동체 사업 구심점인 관리자 예산 중심이다.
정보화마을은 정보화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01년부터 PC 보급과 인터넷 사용 확대를 중점 목표로 추진돼 온 정부 주도 사업이다.
협회 관계자는 “관리자는 마을 체험 상품을 관리하고 공동체 활동을 주도하는 역할”이라면서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은 정보화마을을 폐지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충분한 급여로 관리자 교체가 자주 이뤄져 올해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현재 정부안 예산은 전액 홈페이지 등 인빌 운영 예산으로만 활용된다.
관리 예산 전액 삭감 발단은 지난해 기재부 보조금 사업 연장 평가에서 정보화마을 사업 폐지 권고다. 기재부는 정보화마을 사업 목표인 도농 간 정보화 격차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실제 사업 초기인 2004년 정보화마을 PC 보급률은 37.3%, 인터넷 가입률은 9.1%였지만 2012년에 각각 72.1%와 66.5%로 도시와 차이가 크게 줄었다.
2012년 52억원이던 예산은 2014년 48억원, 2016년 23억원, 2018년 19억원 등으로 매년 감소했다. 행안부는 사업 존치, 기재부는 사업 폐지 입장을 각각 견지하는 가운데 행안부가 예산 편성 힘겨루기에서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 존폐 관련 기재부는 행안부에 새 사업 방향 제시를 요구했지만 대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행안부는 사업 폐지를 위한 명분이자 단계라고 맞섰다. 실제로 행안부는 최근 '정보화마을 환경 변화에 따른 지역활성화와 연계방안 연구'를 추진, 대안 마련에 나섰다.
행안부는 정보화마을 사업 목적에 도농 정보 격차 해소도 있지만 지역 경제와 공동체 활성화 역시 핵심인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로 전환하기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업 지속을 위한 정책 검토와 연구에 들어갔다”면서 “마을기업, 소상공인 지원 강화 등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정보화마을 등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보화마을 측은 4차 산업혁명 신기술 등 도농 간 신 정보화 격차가 발생하는 가운데 PC 기반 정보 격차 해소를 근거로 갑작스러운 폐지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 관계자는 “신 정보화 격차 해소 역시 시급한 문제”라면서 “정부 지원만으로 필요 예산을 모두 충당하는 것은 아니고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예산 분담, 상품 개발 등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프로그램 관리자 예산은 중앙정부 20%, 광역지자체 40%, 기초지자체 20%, 마을 20%로 각각 부담한다. 최초 마을 부담은 10%였지만 최근 20%로 늘렸다.
다만 '특정 마을 특혜'라는 지적과 신규 선발이 이뤄지지 않는 등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와 이 부분은 해소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화마을 정부 지원 최대 연한을 두거나 신규 마을을 지속 선발해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된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