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장애는 화재나 건물붕괴로 통신망이 직접 훼손되는 경우 혹은 통신서버, 네트워크, 운용체계(OS) 등 시스템 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발생 빈도는 시스템 장애가 잦지만 통신망 훼손이나 시스템 장애 모두 업무나 경제활동을 마비시킬 정도로 피해가 막대하다.
1994년 3월 10일 종로5가 지하통신구 화재(전기합선)는 광케이블 소실로 통신 대란을 불러왔다. 이동통신 110만 회선이 끊겨 수도권 일대 선호출기와 유선전화가 나흘 동안 먹통이 됐다. 당시 전화망을 쓰던 PC통신과 팩스뿐만 아니라 금융권 입출금 업무도 마비됐다.
사고발생 지점 인근 상가 2000여 점포 유선전화 중 1800여 회선이 복구가 늦어지면서 점포 운영에 큰 피해를 입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남대구 전신전화국 앞 지하통신구 화재로 대구시 전체 유무선, 금융통신망이 마비됐다. 2000년 2월에는 서울 여의도우체국 앞 전기통신 공동구 화재로 여의도 일대 통신이 마비, 이틀 만에 복구됐다.
2014년 3월 20일에는 SK텔레콤 'HLR(Home Location Register, 가입자 위치확인)' 과부하로 모듈이 고장, 560만명이 6시간 가까이 음성과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SK텔레콤은 피해자에게 430억원을 보상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9월 LG유플러스 교환기 장애로 인한 음성·데이터 장애로 160만명이 피해를 봤고 다음 달에도 LG유플러스 기지국 장비 오류로 경기도 지역 130만명이 데이터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올해 4월에는 SK텔레콤 음성LTE(VoLTE) 서버 다운에 의한 음성서비스 장애로 730만명이 피해를 겪었다. SK텔레콤은 730만명에게 220억원을 보상했다.
이용자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 피해도 크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5년간 이동통신 서비스 장애로 180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총 8차례에 걸려 27시간 1분 동안 음성과 데이터, 문자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 통신장애에 따른 보상금은 총 668억7000만원이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KT 아현지사 화재와 통신장애로 인해 KT가 고객에 보상해야 하는 보상액 규모를 317억원으로 추정했다. 올해 4분기 KT 영업이익 추정치 2503억원의 12.7%에 해당하는 액수다.
통신업계는 이번 화재·통신장애로 인한 금전 손실보다 KT 기업 이미지가 입을 타격이 더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KT는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최근 5년간 별다른 통신장애를 일으키지 않았다.
이 같은 안정성을 무기로 재난안정통신망(재난망) 주요 사업(A·B지역)을 수주, 본사업 착수를 앞두고 있다. 재난망은 어떤 경우에서도 망이 마비되지 않는 생존성과 안정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재난망 주사업자가 운영하는 통신망이 장애로 이틀 이상 완전 복구되지 않았다는 점은 기술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KT는 오는 29일 5G 전략발표 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행사 진행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KT 입장이다. 그러나 행사 날짜를 경쟁사(28일)보다 하루 늦게 진행할 만큼 5G 시장 선도에 자신감을 표했던 KT에 이번 사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외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