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불문 IT공감경영/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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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이 낯설다. 스카이라인은 찾을 수 없고 바로 앞 건물만 안개에 갇힌 새벽녘처럼 신비롭다. 익숙했던 이 공간이 보이지 않는 먼지에 뭉쳐 음산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미세먼지가 기승이다. 예전에는 이른 봄 중국 대륙 사막이나 황토지대의 가는 모래가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바람에 서해안을 시작으로 불어오는 황사라는 말에 익숙했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삶을 위협하고 있다.

쉽게 없어질 것 같지 않은 불청객에 서울시는 공공기관 주차장을 폐쇄하고 수시로 울리는 재난경보는 지금 공기가 안 좋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비교적 건강한 성인이 느끼기에도 매캐한 느낌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사회적 걱정거리를 하나 더 안겨주고 있다.

지하철까지 걸어가며 지금 내가 느끼는 답답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절망적이었을 시력(視力) 잃은 자들의 암울한 도시가 떠오른다. ‘만약 이 세상 사람 모두가 눈이 멀어 단 한 명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지금 나처럼 출근하는 회사원이 운전을 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뿌옇게 흐려지더니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시간이 지나며 그와 접촉했던 이들이 하나씩 실명하고 이들이 끌려온 병원의 의사마저 실명한 세상에서 단 한사람, 의사의 아내가 세상의 유일한 눈으로 남게 된다. 이렇게 사라마구(Jose Saramago)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시력 잃은 그들만큼 고통스러운 눈밝은 자를 만나게 된다.

지금 우리는 눈을 대신할 것들이 많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도 놓치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줄 수 있으며, 구글은 지구가 황폐해지는 이 순간에도 인간의 수명을 500세까지 늘릴 것을 낙관하고 있으며, 상상력이라면 뒤질 것 같지 않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지구의 식민지를 개척할 것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고 꿈을 향해 정진하고 있으며 이제 하늘에 이어 땅 속까지 상상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런 이들은 그들의 꿈을 붙잡고 우리의 눈이 되려 하고 있다.

사라마구의 어두운 도시에서 나머지 모두가 눈 뜬 자를 따랐던 이유는 그가 판단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바로 앞에 놓인 이것을 먹어도 되는지, 이쪽으로 가도 되는지 누가 내 적이고 아군인지 생존을 그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눈 밝게 살아가기 위해 더 이상 물리적인 시력이 옳은 길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그리고 앞으로 닥칠 눈 먼 자들의 공간에서 눈 밝은 자가 되려면 문제를 재해석할 수 있는 창의력과 배짱, 그리고 문제해결력이 필수적이다.

미세먼지 속에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들이 인류의 존재를 먼 우주까지 알릴 수 있는 급진적인 방법을 제안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레이저 시스템으로 지구 근처에 행성 크기의 인공조명을 밝히면 외계인들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은 개발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기존 기술과 곧 개발될 기기로 만들 수 있으며 근처 지적 생명체들이 먼저 감지할지는 모르나 확실히 더 많은 관심을 끌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눈뜨고 그들의 창의성과 상상력에 우리 생존을 맡겨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모두가 눈 먼 도시에서 눈 뜬 사람으로 사는 것이 소설에서는 고통이었으나 삶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다음 세대 밝은 눈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인류의 삶을 이어가게 하는 일들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힘과 지금 당장의 생존이 아닌 문제를 위한 여유도 필요하다.

그러기위해 무엇보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보이는 세계는 제한적이고 각자가 원하는 성공은 그 모습을 명확히 그려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천사를 발견했듯, 시대를 지나 스티브잡스는 아이폰의 그립감을, 일론머스크는 인간의 또다른 영토를 상상했다.
상상이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어느 시대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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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 차은정

이케이허브 대표/ 경영지도사
중앙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정평경영컨설팅 협동조합 대표 컨설턴트 평가위원(TIPA, KEIT, IITP, KOCCA)
글로벌 상용소프트웨어 백서 총괄위원(IITP)
前 에스제이나인 대표
前 현대투자신탁증권(現 한화투자신탁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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