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데모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가정이나 상업시설에 활용하는 일본 내 수용가가 7000곳을 넘어섰다. 일본 전력 사정이 우리나라보다 열악한 점도 있지만, 전기차 에너지 이동성을 활용한 새로운 후방 산업이다.
이는 전기요금이 저렴한 심야시간 때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한 뒤 전기 사용이 많은 최대 부하 때나 정전 등 비상시에 활용하는 형태다.
흔히 전기차의 전기를 쉽게 꺼내 쓸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이 역시도 일본이 만든 전기차 충전 규격 '차데모(CHAdeMO)'가 적용한 차량만 가능한 얘기다. 국내에서 주로 쓰는 국제 충전 규격인 '콤바인드 충전 시스템(CCS)'이나 교류(AC)3상 등은 아직 전기차의 전기를 꺼내 쓸 수 있는 통신·안전 표준 규격이 없기 때문이다.
전기는 기간전력망을 통해 일방적으로 받아 써왔다. 하지만 일본 산업계는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차량에 저장된 에너지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해 2011년 세계 최초로 양방향 전력 거래가 가능한 '차데모' 규격을 제정했다.
이를 V2X(Vehicle to Everything) 기술이라고 부른다. V2X 구현을 위해서는 전기차 전용 충전기와 전력계량기·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으로 구성된 전용 컨버터가 필요하다.
현지 7000곳의 수용가는 자신 가정용 전기로 주로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복수 전기차를 이용해 상업시설이나 빌딩 등에 활용하는 늘고 있다. 또 소형 태양광 발전시설과도 연계한 가정도 많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가 전기사업법에 따라 개인이 생산한 전기를 다른 수용가에 판매 등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V2X 사용 계층은 가정이나 상업시설 등 개별 수용가에 한정된 이유다. 하지만 일본 전력 당국이 2016년부터 소매시장에 한해 전력재판매 시장을 개방하고 있어, 향후 V2X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야시 류스케 닛산차 V2X 사업총괄은 “가정의 태양광설비와 연계해 전기요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곳도 있고, 태양광 없이도 매달 평균 3000~4000엔 절감하는 가정도 많다”며 “차에서 전기를 빼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차데모 뿐이다”고 말했다.
닛산은 2013년 9월 니치콘과 함께 V2H(Vehicle home)용 'LEAF to Home'을 출시했다. 당시 V2H 구현을 위해 컨버터 등 추가 설비 가격만 100만엔에 달했지만 최근엔 수요가 늘면서 40만엔까지 떨어져 소비자 부담도 크게 줄었다. 도요타와 혼다도 배터리전기차(BEV)뿐 아니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연계되는 다양한 V2X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야시 총괄은 “전기차를 단품산업으로 보지 않고, 전기차의 에너지 이동성을 활용한다면 새로운 시장 창출 기회가 많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코하마(일본)=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