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투자 위축과 소비 부진 장기화, 노동생산성 정체 등으로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임금 상승과 노사 문제로 경영 여건도 녹록치 않다. 규제 장벽, 법인세율 인상 등 부담이 누적되면서 기업의 해외 엑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서울 쉐라톤 서울팔래스 강남에서 열린 한국IT리더스포럼 11월 정기조찬회에서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이 '2019년 경제전망과 주요 경제 이슈'를 주제로 특별 강연했다.
이 원장은 국내 경기가 침체 직전으로 회복 여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2분기 이후 모든 경제 지표가 지속 하락세를 보이는 등 경제 침체기에 들어선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까지 하방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2018년 2분기 이후 내수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경기선행지수로 판단한 경기도 2017년 중반 정점 이후 하강을 지속했다. 2%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기업 투자는 위축되는 반면 예금 보유는 늘어나는 등 성장 동력 상실이 우려된다.
이 원장은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가장 위기가 큰 부분이 기업의 투자 위축”이라며 “정부에서 대기업을 압박하고 있으나 막상 투자하려해도 규제에 가로막히고 마땅한 투자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와 함께 중장년층 소비성향 하락폭이 커 소비 부진 장기화도 예상된다. 그나마 정부 지출 증가로 전체 소비는 소폭 증가하고 있으나 5%대를 보이던 민간 소비 증가율은 2%대로 내려앉았다. 국내 소비는 마이너스 추세를 보이는 반면 해외 소비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다. 기업도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 투자에 집중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도 불안 요소다. 근로자 소득 수준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반면 장시간 근로나 시기별 업무량이 집중되는 업종에서는 생산성 유지가 쉽지 않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 투자는 줄지만 해외 직접투자 규모와 신규법인 수는 꾸준히 늘었다.
이 원장은 “최근 수년간 인건비나 땅값 등을 경영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이나 동남아로 우리 기업이 많이 갔다”며 “국내는 계속해서 새로운 규제가 나타나고 법인세도 25%로 인상되는 등 기업 환경 지수가 해외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기업 정서 확산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편 갈라 어느 한 쪽이 착취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상호 협력하는 생태계 구축과 함께 주요 업종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 안전망 구축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IMF 외환위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분위기 자체가 경기침체 국면으로 가다보니 진짜 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크다”며 “모두 힘든 상황에서 사회적 대 타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