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동 3층의 비주얼컴퓨팅 연구실. 이곳은 현실에 존재하는 물체의 모습을 고스란히 컴퓨터 가상세계로 옮기는 마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까만 벽지의 공간 안에 들어선 구 형태의 구조체가 눈에 들어온다.
갖가지 모양의 전자기기와 까맣고 하얀 연결선이 구 형태로 연결돼 있는데, 직경 2m 남짓된다. 첫 인상으로는 용도를 알 길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서 구조체 안쪽으로 카메라와 조명장치가 부착된 것을 본 후에야 촬영장비라는 것을 깨닫는다.
“모양이 신기하죠? 조명장치 300개로 구 형태를 구현하고 이 사이에 카메라와 소형 컴퓨터를 더한 겁니다.” 렙을 이끄는 김민혁 전산학부 교수가 신기해 하는 기자에게 장치를 설명한다.
장치는 렙 연구팀이 고안한 영상 획득 장비다. 여러 개의 카메라와 조명장치를 페어링해 세밀한 3차원 영상 정보를 얻는 '라이트 스테이지'를 발전시켰다. 이름은 '카메라-라이트 스테이지(Camera-Light Stage)'로, 이처럼 구 형태로 구현한 사례는 세계에서도 흔치 않다고 한다.
이곳의 장비는 촬영 대상의 텍스처 정보를 담은 '메터리얼 모델'과 '지오메트리(지형) 정보'를 360도 전방향에서 파악한다. 대상의 세밀한 모습을 포착해 가상세계에서 렌더링하도록 돕는다.
김 교수는 실제로 영상 정보 획득 과정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최인창 박사과정이 촬영대상이 됐다. 과정을 개시하자 장치 내 여러 개의 조명장치가 순서대로 점멸한다.
“각각의 조명장치를 '구조광'이라고 하는데 디스플레이의 픽셀 역할을 합니다. 순서를 정해 빛을 발하는 '시퀀스'과정을 거치면, 반사광으로 대상의 표면 정보를 역계산할 수 있습니다.”
하현호 석박사과정이 설명을 거들었다. 이런저런 장치 설명을 듣는 와중에 장치 옆 모니터 화면으로 최 박사과정을 렌더링한 결과가 떠오른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모습이지만, 신기하게도 실제 육안으로 보는 모습과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세밀한 표면 정보를 적용한 결과다. 조명장치와 발광 시퀀스를 늘리면 더 해상도를 높인 결과 도출도 가능하단다.
지금은 계속된 연구로 기술 완성도를 고도화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일부 기업을 도와 몇몇 국내 개발 게임에 모델 정보를 제공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라이트 스테이지 기술은 세밀한 모델 구현으로 현실에 가까운 컴퓨터 그래픽을 만드는 기반이 된다”며 “우리나라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높이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