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귀농을 꿈꾼다. 하지만 강도 높은 노동, 병충해, 낮은 삶의 질 등 농촌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긴 쉽지 않다. 정병두 로즈밸리 대표는 귀농을 넘어 스마트팜 성공의 대표사례다. 처음 귀농을 결정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스마트팜에 도전장을 내미는 여러 청년 농업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남모르는 곳에서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스마트팜을 운영한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오히려 좀 더 일찍 뛰어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 대표의 귀농생활은 자의반 타의반이었다. 부모님 건강을 이유로 귀농을 시작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반도체 회사를 다니다 2008년 화훼 품목으로 농업의 길에 뛰어들었다. 일본 수출과 함께 2010년부터 선도적으로 외산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도입하며 사업을 키웠지만 동일본 대지진으로 타격을 받았다.
이후 스마트팜 선도국가인 네덜란드 유학으로 품목을 전환, 국산 ICT 장비를 활용해 토마토 농장을 경영 중이다. 현재 7개 농장 연합으로 수출과 내수 판매를 병행하며 연간 토마토 300t을 생산한다.
네덜란드 유학에서 모든 노하우를 전수받은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네덜란드에서 교육 받았지만 스마트팜 시스템 원리는 익히지 못했다”며 “물 관리 관련 그래프와 저울을 사용한다는 힌트만 가지고 직접 물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은 단순했다. 유리막대 온도계로 온실 온도를 제어하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각종 센서로 물 관리부터 흙의 온도 등 다양한 요소를 체크한다. 농촌진흥청과 연계한 빅데이터 기반 생육환경을 분석 중이다. 최근 3년간 토마토 생육을 조사한 결과 기존보다 생산량은 62.5% 늘고 경영비는 21.4% 줄었다.
정 대표는 스마트팜 1세대로 필요한 솔루션은 직접 개발하며 농장을 이끌었다. 연간 약 7억원 매출을 거둘 정도로 농장을 키웠다. 귀농 당시 3개월에 불과했던 아들은 청년이 되어 아버지 일을 거들고 있다.
정 대표는 스마트팜 경험에 대해 '맨땅에 헤딩'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실수도 많았다는 의미다. 요즘은 스마트팜 관련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정부 차원 지원도 있지만, 정 대표는 본인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다. 필요하지만 비싸고 호환성이 떨어지는 소프트웨어의 대안은 직접 개발이었다.
최근에는 초분광 카메라를 이용한 방제기술을 개발 중이다. 드론을 이용해 초분광 카메라로 작물을 촬영해 병충해 작물을 파악하고, 뒤따라오는 방제 비행기가 해당 정보에 따라 선택적으로 약을 살포하는 기술이다. 그간 경험적 판단에 의해 농장 전체 방제 작업을 했지만, 이제는 선택적 방제를 통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정 대표는 “기후변화와 온난화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파악하지 못한 바이러스 피해가 발생한다”며 “초분광 카메라 기술을 발전시키면 다양한 작물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