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연구과제중심제도(PBS) 수탁 과제를 통해 확보하는 운영비를 출연금으로 전환해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각 출연연 특성에 부합하는 정부 수탁 과제가 대상이다. 연구 자율성을 제고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연구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PBS 개선 일환으로 출연연 출연금사업(주요 사업) 비중을 늘리고 수탁 과제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출연연은 정부 출연금과 PBS를 통한 외부 과제 수탁으로 인건비, 연구비 등 운영비를 확보한다. 과기정통부는 출연연 역할에 부합하는 일부 정부 수탁 과제를 출연연 고유 연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잡힌 사업이 우선 검토 대상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출연연 출연금은 과기정통부 예산이다.
과기정통부는 당초 다른 부처 과제 적용도 검토했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을 우려, 소관 과제를 우선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 수탁 과제를 출연금으로 전환하면 예산이 늘고 R&D 발주 부처 예산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주관 수탁 과제 운영비를 전환하면 예산 명목만 바뀔 뿐 증감은 없다.
출연연은 PBS 개선과 관련해 고유 사업 비중을 높이고 수탁 과제 비중은 낮출 것을 요구해 왔다. 수탁 과제 비중이 높아 연구 외 부담이 늘었다는 주장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현재 출연연 대다수가 PBS 과제 수주전에 뛰어들면서 중구난방으로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 방안이 시행되면 출연연 역할에 맞는 연구를 안정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PBS 비중 축소, 출연금 비중 확대'로 인한 연구 성과 확산 저하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하다. 출연연이 안정된 연구에 치중하면서 R&D 역량이 떨어지고, 성과관리 측면에서도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연연이 자율성을 높이되 그만큼 연구 관리감독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PBS 비중이 줄고 주요 사업이 늘면 출연연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지만 문제는 정책 연속성”이라면서 “수탁 과제가 줄어든다면 고유 사업비용이 늘어야 출연연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출연연도 연구 역량을 높이고 연구 관리, 감독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 같은 방안을 실행해도 기대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파급을 감안,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PBS 개편의 한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PBS를 통해 확보해 온 인건비, 연구비, 간접비 등을 출연금으로 직접 지급하기 위해선 역할·의무(R&R) 설정, 예산 편성 등 다양한 측면의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과기정통부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시선이 있기 때문에 출연연의 고유 및 세부 역할 설정과 정부 수탁 과제의 출연금 전환 연계를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