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스마트금융콘퍼런스]카카오뱅크 vs 케이뱅크, 험난한 비하인드스토리 공개

한국 1, 2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카카오뱅크가 제8회 스마트금융 콘퍼런스를 통해 그간 험난한 '은행 오픈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은행 설립 진행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는 물론 2019년 세부 사업계획과 청사진을 제시했다. 케이뱅크는 한국판 알렉사 상용화를, 카카오뱅크는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Photo Image
박이랑 카카오뱅크 파트장이 카카오뱅크 모바일앱 전략, 무엇이 달랐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은행 역사를 바꾸는 첫 번째 앱, 2019 새로운 여정의 시작

“원래 뱅킹 앱에 백신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접근했는데요. 시간이 촉박하다보니 일단 넣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앞으로도 백신은 점차 빼는 방향으로 노력해볼 예정입니다.”

인터넷 뱅킹 이용자에게 안티 바이러스 백신은 공공의 적이다. 모바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은행을 이용하던 모바일 뱅킹 앱 동작을 피하기 어렵다. 한번 켜진 후에는 뱅킹 앱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백그라운드에 남는다. 메모리를 소모하거나 알 수 없는 오류로 이용자를 거슬리게 할 때가 많다.

카카오뱅크 앱 개발팀은 개발 단계부터 모바일 백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소스코드 난독화나 앱 위·변조 방지, 안티디버깅, 안드로이드 루팅 탐지, iOS 탈옥 감지 등 보안 솔루션은 기본 적용했다. 다만 보안 업계에서도 실효성 논란이 있는데다 이용자가 불편을 느끼는 모바일 백신에 대해선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박이랑 카카오뱅크 모바일 개발 파트장은 14일 제8회 스마트금융 콘퍼런스에서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 개발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박 파트장은 “무엇보다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자체 인증서 개발과 적용이 가장 중요했다”며 “기존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카카오뱅크에 온 이유라 생각하고 앱 개발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초기 카카오뱅크 앱 개발팀은 안드로이드 개발자인 박 파트장과 iOS개발자, 디자이너 등 3명으로 출발했다. 전사 차원에서도 ICT기업인 카카오에서 온 인력은 “이런 기능이 왜 안 되냐”고 묻고 은행 출신 인력은 “은행이라 안 된다”고 답하는 등 논쟁이 적지 않았다.

“은행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으나 '은행'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처음이었습니다. 머릿속 은행 모습은 이체와 예금, 적금, 외환 정도 기능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하다보니 구현해야 하는 기능이 점차 늘어갔죠. 무엇보다 개발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적극 도입을 결정하고 개발에 돌입했습니다.”

기존 모바일 뱅킹 앱에서는 없는, 사소하지만 고객이 편하게 느낄 만한 기능을 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다. 회원 가입 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주소 입력을 편하게 하기 위해 지도 위에 위치를 찍는 방식도 그 중 하나다. 물론 첫 프로토타입 시연에서 반응이 좋지 않아 실 서비스에서는 빠졌다.

앱 방식을 하이브리드가 아닌 네이티브 앱으로 결정한 것도 실험적인 시도였다. 거의 모든 모바일 뱅킹 앱이 하이브리드 앱인지라 기존 개발 사례가 없었다. 빠른 대응이나 안드로이드-iOS 간 동기화가 어렵다는 우려도 컸다.

박 파트장은 “두려움도 컸지만 공식 서비스 출범 후 앱 안정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해결 가능했다”며 “오히려 아이폰X 페이스ID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주 변경될 데이터는 서버에 올려 가져오도록 설계해 웬만한 이슈는 앱 배포 없이 핫픽스(버그 패치)만으로 해결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안드로이드 기기는 워낙 종류가 다양하기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용자가 쓰는 모든 기기를 다 확보할 수 없다보니 개발자와 기획자가 직접 문제가 생긴 고객을 만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할 때도 많았다. 앱 이용 가능한 OS 최소 버전을 상대적으로 높게 잡거나 iOS 개발 언어를 스위프트로 정한 것도 상당히 모험적인 판단이었다.

앱 개발 과정의 신의 한수는 '모바일 온리' 전략을 꼽았다. 내부적으로도 뜨거운 찬반 논쟁에 휩쌓였으나 결국 PC라는 대체재가 없다보니 가장 최적화된 모바일 서비스 구현을 더 고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앱 운영 안정화를 거치며 네이티브 앱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좀 더 의미있는 고객 수가 확보되면 앱 플랫폼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드파티 앱 인증 제공이나 핀테크 업체 오픈 API제공 등을 염두에 뒀다. 내년 목표는 앱 플랫폼화에 따른 확장과 모바일앱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이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고객 늘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박 파트장은 “카카오뱅크 앱을 오픈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쳤고 오픈 후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과분하게 보내주시는 고객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 더 카카오뱅크스럽게 앱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Photo Image
오호진 케이뱅크 팀장이 케이뱅크 디지털 혁신 사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케이뱅크, 한국판 알렉사 상용화…“안방에서 음성으로 은행 가듯이”

앞으로 케이뱅크 고객은 음성인식 스피커에서 목소리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메시지를 치지 않고 통화만으로 인공지능(AI) 상담원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손바닥 정맥(장정맥) 인증을 통해 스마트ATM에서 복권 당첨금을 수령할 수도 있다.

케이뱅크는 음성으로 상담뿐 아니라 결제까지 가능한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호진 케이뱅크 채널혁신팀장은 14일 '제8회 스마트금융 콘퍼런스'에서 케이뱅크 디지털 혁신 사례를 발표했다.

음성을 통한 간편 이체·결제 도입 계획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KT '기가지니'에 케이뱅크 계좌를 연동하면 잔액·상품정보 조회가 가능한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오 팀장은 “음성 화자 인식률이 높아짐에 따라 목소리만으로 이체가 가능하도록 KT와 서비스를 지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계좌만 연결하면 홈쇼핑이나 VoD를 보면서 바로 물건 주문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가지니가 케이뱅크를 만나 한국판 알렉사로 거듭나는 셈이다. 현재 알렉사에서는 아마존 페이 등 간편결제로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텍스트 기반 챗봇에서 벗어나 음성 상담이 가능한 '콜봇' 도입 계획도 밝혔다. 그간 대부분 은행권 챗봇 상담은 카카오톡이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텍스트로 이뤄졌다. 또, 대부분 시나리오 기반의 제한된 범위에서만 상담이 가능했다.

케이뱅크는 기존 STT(음성에서 문자로 전환)를 고도화하고 여기에 텍스트 분석(TA) 엔진 기반 자연어 처리 기술을 더할 예정이다. 여기에 성우 녹음을 접목한 TTS(문자에서 음성 전환)를 도입, 콜봇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 중이거나 운동 시에도 스마트폰, 음성인식 스피커, 웨어러블 기기 등 원하는 채널로 상담이 가능하다.

콜봇이 원하는 답변을 주지 않을 경우 상담원 연결로 넘어간다. 상담원은 요약된 콜봇 상담 내용을 전달 받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이미 지난해 메신저 기반 챗봇 상담을 선보였다. 도입 후 답변 정확도는 약 30% 상승했으며 상담 시간은 건당 2분, 답변 소요시간은 질문당 1분 단축됐다.

상담을 통해 모은 빅데이터로 제휴사 시너지 모델을 지속 발굴한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객별 생애주기, 자산 추정 등 마케팅에 활용 가능한 추정 데이터를 생성한다. 리테일·통신·금융 융합 마케팅 프로그램을 론칭할 예정이다.

오 팀장은 “그간 대출 중단 사례로 고객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아 아쉬운 점은 있지만, 무리하게 고객 수를 확대하기보다 고객 분석을 통한 확실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이미 자체 신용분석·평가 모델을 구축했으며, 향후 고객 수가 확대됐을 때 바로 대응하도록 지속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나눔로또 수탁사업자로 선정된 만큼, 관련 서비스도 선보인다. 편의점 스마트ATM에서 소액 당첨금을 찾을 수 있다. 지문이 아닌 장정맥 인증을 거치면 된다.

그간 장정맥 인증은 직접 영업점에서 등록해야한다는 점과 단말기 가격이 비싸 확장성이 높지 않았다. 케이뱅크는 GS리테일과 협력, 전국 GS25 편의점에 2000여개를 설치했다. 금융결제원 바이오 분산저장 시스템을 활용했다.

케이뱅크 고객은 스마트폰 인증만 거치면 해당 ATM에서 바로 장정맥 등록이 가능하다. 케이뱅크는 향후 스마트 ATM 기능을 상품 가입, 카드 발급, 결제, 로또 당첨금 수령 서비스 등으로 확대한다. 그 대수도 5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문과 달리 장정맥 인증은 혈류량을 측정하기 때문에 위조가 불가능하고, 스마트폰 비대면 실명 인증까지 더해 보안성을 높였다”며 “소액 당첨금 수령뿐 아니라 가맹점 포스(POS)에서 장정맥 인증으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는 제휴 API를 확대, 고객에게 필요한 제휴 금융상품을 지속 출시할 예정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