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40>본 투 아프리카

“미국 기업 실적은 수십년 동안 악화되고 있다. 딜로이트 시프트지수는 미국 상장 기업 총 자산수익률이 1965년의 4분의 1 수준인 1%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한다. 살아남으려면 더 새로운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하겠지만 지속 성공만으로 달성될 가능성은 점점 옅어지고 있다. 새로운 수요와 새 시장을 창출해 내는 능력, 이것이 관건이다.” - 김위찬·르네 마보암, 201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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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킨지컨설팅 파트너인 아차 레케, 사프 예보아아망콰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질문 하나를 했다. 아프리카에 1조 클럽 기업은 몇 개나 될까. 가장 흔한 대답은 수십개 정도다. 심지어는 전무하다고 답한 CEO도 있다. 놀랍게도 정답은 400개 이상이었다. 비즈니스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열악한 환경이다. 당연한 것이 이곳에서는 희소자원이다.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두 컨설턴트가 찾아낸 공통점은 필요를 수요로 만드는 창의성 바로 그 자체였다.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2004년 제임스 므왕기는 케냐에서 에퀴티 뱅크를 설립한다. 케냐 성인 10명 가운데 1명만 은행 계좌가 있었다. 가까운 은행 지점까지 50㎞ 거리다. 어떻게 해야 할까. 므왕기는 랜드로버를 몰고 마을을 돌았다. 모바일 뱅킹 1.0 버전이란 이랬다. 그다음 믿을 만한 가게를 지점으로 삼았다. 이른바 에이전시 뱅킹이다. 그러고 나서 모바일폰 뱅킹으로 옮겼다. 이렇게 버전 1.0, 2.0, 3.0을 지나는 동안 고객은 1200만명으로 부푼다. 랜드로버 뒷좌석으로 시작한 은행치곤 그럴싸한 성공이다.

주미아 직원들은 와이파이에 연결된 태블릿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닌다. 주문은 즉석에서 이뤄지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누군가가 배달한다. 2017년에만 800만건을 처리했다. 그것도 상상조차 못할 오지까지. 설립자 사샤 포이뇨네크가 찾아낸 아프라카식 이커머스인 셈이다.

나이지리아의 두필 프리마 푸즈는 20센트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인도미(Indomie) 라면을 판매한다. 판매는 '길거리 행상'이라 이름 붙인 오토바이나 삼륜차 몫이다. 이것조차 가지 못하는 오지에는 사람이 운반한다. 모든 기업이 조직화된 물류를 생각할 때 두필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봤다.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지만 2015년 켈로그는 4억5000만달러에 모기업 톨라람 아프리카의 유통망 지분 50%를 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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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대부분 은행 계좌가 없는 것을 보고 먼 나라 문제라 생각한다. 실상 그렇지 않다. 정작 미국에서조차 14가구 가운데 하나 꼴로 기본 계좌조차 없다. 세계 16억명에게 아직 은행은 먼 나라 얘기다. 아프리카는 우리 문제를 좀 더 어둡게 보는 거울일 뿐이다. 그런 만큼 이곳의 혁신은 어떤 열악한 곳에서도 통한다.

거기다 한 가지 더 새겨볼 것이 있다. 아프리카의 생산 가능 인구는 2000년 4억명에서 2050년 15억명으로 늘어난다. 인도보다도 많으며, 중국보다는 거의 곱절이고, 북중미와 유럽을 다 합친 것보다 두 배나 더 큰 시장이 된다.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암이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새 수요와 시장 없는 지속 성장은 어렵다. 아프리카의 혁신 모델이 흥미로운 것도 이 때문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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