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50년 연간 1000만명에 달하는 감염병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도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항생제 전담관리부서' 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김성민 대한항균요법학회 회장(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3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에서 “우리나라도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 차원 전담관리부서를 설치해 항생제 남용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항생제 남용 실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하루 1000명당 34.8명(OECD 평균 21.1명)이 항생제를 처방 받는다. 국내 총 항생제 처방량은 2002년 하루 1000명당 15.9명에서 2013년 24.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터키(40.6명), 그리스(36.3명) 다음으로 많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국 평균 21.2명의 1.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감기 등 질환에 대한 항생제 처방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별 항생제 처방률을 2006년부터 공개한 결과, 급성상기도감염(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2006년 49.5%에서 2016년 35.6%로 줄었다. 반면 급성하기도감염은 2006년 21.7%에서 2016년 35.8%로 증가했다.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초래한다.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은 2020년까지 감기에 처방되는 항생제를 50%, 전체 항생제 사용을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항생제 사용량 감소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주장이다. 단순히 의사를 통제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항생제 내성 임상 표준센터(AMR Clinical Reference Center)'를 조직해 연간 약 27억원 예산으로 항생제 사용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항생제 적정 사용 지원 활동을 한다. 영국 보건국은 항생제 사용량을 줄인 의원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국가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후 영국에서 2014~2015년 의원급 4.3%, 병원급 5.8% 항생제 사용량이 감소했다. 김성민 회장은 “복지부 산하 항생제 전담관리부서를 만들어 항생제 사용량 감소를 위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기관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 확대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부도 항생제 내성을 막기 위해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내년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공동대응 사업'에 5년간 470억원을 투입한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과기정통부, 농림수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참여한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고 전파되는 기전을 밝히고, 치료 전략을 수립한다. 사람, 동물, 환경 영역을 통합 고려한다.
다만 내성균 확산 방지를 위한 전담 인력 증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석훈 연세대 의과대학 진단검사의학교실 교수는 “사람과 동물, 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원헬스 개념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범부처 차원 항생제 내성균 사업 운용을 위해 업무 담당 인력도 증원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