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10년, 30년, 50년 후 미래를 상상하며 세상을 바꿔 왔다. 소설, 영화, 만화 등에는 미지의 세계를 상상해 구현한 미래 생활상이 자주 그려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기술 기반 상상력을 바탕으로 상상을 실현하면서 발전을 거듭, 지금에 도달해 있다.
인간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은 지금도 속속 등장한다. 그 기술이 우리 생활에 적용되는 데는 약간의 시차와 국가별 차이가 있다. 자동차가 대표 기술이다. 19세기 말 '말없이 달리는 마차(자동차)'라는 상상 속 물건이 개발됐다. 영국은 자동차 운행을 위해서는 적기를 든 사람이 차량 60야드 전방에서 자동차 접근을 예고하도록 규정한 '적기조례'라는 법을 만들었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사람이 뛰는 속도에 맞춰 달리게 한 것이다. 결과 영국은 자동차 산업을 주도할 기회를 놓치고 독일과 프랑스에 내줬다. 지금의 자율주행차 논란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동차가 상용화되고 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리뷰해 본다면 자율주행차 미래도 상상할 수 있다.
8일 이낙연 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 규제 혁파 로드맵'을 확정했다. 로드맵은 기술 발전 양상을 미리 전망해서 예상되는 규제 이슈를 발굴,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선제 정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율주행차 논의가 본격화한 당시부터 쭉 논란이 돼 온 '운전자'의 개념을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확대, 시스템도 운전자로 명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율주행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비해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를 시스템으로 확대하고, 레벨4(고도자율주행)와 레벨5(완전 자율주행) 등 단계별로 법·제도를 정비한다.
마차가 자동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신산업(자동차)과 전통산업(마차)의 조율 및 도로 인프라 개선이 필요했듯 자율주행차 도입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예상할 수 있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대처해야 하는 사안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미래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하면서 '적기조례'와 같은 과오를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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