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이 유연 디스플레이용 고분자 물질의 열팽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고분자 기반 투명·유연 디스플레이 구현의 최대 걸림돌을 해소해 관련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기반을 마련했다.
KAIST는 김상율 화학과 교수팀이 내부 구조 개선으로 열팽창 파손 문제를 해소한 투명 유연디스플레이용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현재 투명 유연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최대 걸림돌은 열팽창계수를 줄이는 일이다. 고분자 물질은 유기물로 이뤄져 세라믹이나 금속 소재에 비해 열에 반응해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성질이 강하기 때문이다. 고분자 필름 위에 반도체 소자를 더하면 열팽창계수 차이로 소자가 파괴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대안으로 고분자 사슬을 그물 모양으로 연결한 '망상구조' 형성으로 열팽창계수를 줄이는 방법이 나왔지만 이 경우 유연성을 잃게 돼 실효성이 없다.
연구팀은 고분자 사슬 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열팽창문제를 해소했다. 각 사슬을 서로 떨어뜨려 놓으면서 이들 사이에 상호작용하는 힘이 수직 방향으로 교차하게 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온도에 따른 팽창과 수축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폴리아마이드이미드 필름을 만들었다. 이 필름은 열팽창계수가 1도당 4ppm에 불과하다. 유리만큼 투명하면서 열팽창 정도가 낮다. 400도 온도를 견딜 수 있어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의 내열성도 갖췄다.
연구팀은 필름 위에 인듐·갈륨·아연으로 이뤄진 '이그조(IGZO) 박막 트랜지스터' 소자를 제작해 성능 실험에도 성공했다. 필름을 반경 1밀리미터(㎜)까지 접어도 소자가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김상율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고분자 열팽창을 낮추면서 유연성과 투명성도 확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며 “다양한 유기소재 열팽창을 제어하는 데 응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