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주장과 다른 원인에 의한 화재가 민관 조사단에 의해 재현됐다. EGR 바이패스가 아닌 EGR밸브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BMW가 환경규제를 무리하게 맞추기 위해 EGR 밸브를 열어놓게 설정해 화재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흡기계통 천공 발생 과정도 확인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EGR모듈 리콜 외에 흡기다기관까지 추가 리콜을 해야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BMW화재조사 민관합동조사단(단장 박심수·류도정)은 특정 조건에서 BMW 차량 화재 발생을 재현했다고 7일 밝혔다.
조사단이 밝힌 조건은 △EGR 쿨러에 누수가 된 상태에서 △EGR 밸브 일부 열림 고착상태로 고속 주행 중에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DPF/LNT)이 작동할 때다.
EGR 모듈 내 냉각수가 누수된 쿨러에 침전물과 입자상물질(PM)이 퇴적되게 되는데, 이때 열려져있는 EGR 밸브를 통해 고온 배기가스가 들어와 침전물과 PM에 불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티는 흡기시스템(흡기매니폴드)에 붙은 후 흡입된 공기로 인해 작은 불티가 불꽃으로 확산돼 흡기계통에 천공을 만들었다. 천공으로 불티가 엔진룸까지 날아가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이 시험 결과다.
BMW 측이 주장한 화재발생 조건인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은 현재까지는 이번 화재 원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EGR 바이패스밸브는 가스를 EGR 냉각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흡기시스템으로 보내주는 장치다.
BMW는 화재 원인이 누수되는 쿨러와 EGR 바이패스 밸브에 있다고 판단하고 EGR 모듈을 교체하는 리콜을 진행 중이다.
조사단은 흡기다기관과 EGR밸브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흡기다기관을 추가로 교체하는 것은 물론 EGR 모듈 자체도 교체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BMW는 무상 수리를 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사단은 부품 자체 결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사단은 현재 진행 중인 리콜 적정성도 검증할 예정이다. EGR 쿨러 파손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EGR 시스템을 제어하는 전자제어장치(ECU) 발화연계성 확인 작업을 진행한다. EGR 밸브가 열린 것이 결정적인 원인인 만큼 EGR 밸브가 왜 열려 있는 상태로 있는지 원인도 조사할 예정이다. 환경규제를 맞추기 위해 고온배기가스를 무리하게 재처리하도록 설정한 것이 문제라는 추정도 가능해 보인다.
부품을 교체한 후 화재가 발생한 차량 원인을 밝히기 위해 EGR 모듈 교체 전·후 성능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품 EGR 모듈에 들어있는 밸브도 같은 문제가 있다면, 또 다시 EGR 모듈을 바꾸는 추가 리콜을 해야 한다.
조사단은 리콜된 EGR쿨러 결함이나 냉각수 누수여부와 다른 원인에 의한 발화가능성이 있는지 시험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전문가가 제기한 'EGR 바이패스 오작동' 등에 관한 확인 시험을 차량과 엔진 분야로 나눠 진행했으나 화염 또는 발화가능성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조속히 화재원인을 규명해 올 12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최종 조사결과에 따라 현재 시행 중인 리콜조치 외에 추가 조치가 필요하면 천공이 확인된 흡기다기관 리콜을 포함한 리콜 방법 변경·확대 등 관련 조치를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