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시대, 필요한 만큼 서버·스토리지 등 인프라를 빌려 쓰는 기업이 늘어난다. 자체 데이터센터 서버 증설 대신 가상 서버 임대 방식을 선호한다. 클라우드에서 대규모 데이터 저장과 실시간 분석, 인공지능(AI) 기술 접목 등 혁신이 가능하다. 원하는 만큼 빠른 시간 내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공급받는다. 인프라뿐 아니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플랫폼(PaaS) 등 클라우드 도입 분야도 확대된다. 데이터센터를 외부 기업에 임대해주는 대여 산업도 성장할 전망이다.
◇클라우드 이전 가속화…자체 데이터센터 줄인다
대한항공이 전 시스템을 클라우드에서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은 데이터센터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자체 데이터센터가 설립된 지 20여년이 지나며 하드웨어(HW) 교체 시기가 도래했다. 대한항공은 신규 서버 구매 대신 가상 서버를 선택했다. 데이터센터 내 기존 600여대 서버도 가상 서버로 대체한다.
대한항공뿐 아니라 국내외 대기업이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 대부분 대기업이 20여년 전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 데이터센터 노후화 상황에 직면했다. 기업 내 데이터가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 증설 또는 신규 구축도 필요하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계속 물리적 서버를 증설하며 데이터센터를 유지하는 것이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효율적인지 따져본다”면서 “데이터센터 대안을 찾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확산 분위기도 기업 자체 데이터센터 보유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몇년 전부터 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를 이용한다. 기업마다 세계 곳곳에서 쌓이는 데이터가 하루에 수 테라바이트에 이른다. 외부 전문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PaaS, SaaS 등 클라우드 도입 분야가 늘어나면서 내부 데이터센터로 대처하기 어렵다.
대한항공처럼 자체 보유 데이터센터를 줄이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고민하는 기업이 늘어난다. CJ그룹도 핵심계열사 11개 시스템을 2020년까지 클라우드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체 인프라 70%를 클라우드로 전환, 연간 수십억원대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두산그룹도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시스템 전환을 준비 중이다. 비용절감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기업 내 클라우드(프라이빗)와 외부 서비스(퍼블릭)을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이 성장세”라면서 “당장 전체 데이터센터를 외부에 맡길 수 없지만 점차 내부 데이터센터 비중을 줄이고 외부 데이터센터를 병행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빌려쓰는 시대…데이터센터 산업, 커진다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 대신 외부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면서 데이터센터 산업이 성장한다. 시설 노후화나 신규 수요 등에 데이터센터를 설립 또는 이전하는 기업이 늘고 임대해주는 업체 규모도 늘어났다. 통신사업자 KT와 LG유플러스, IT서비스기업 LG CNS, SK주식회사 C&C 등 데이터센터 보유사업자에게 기회다.
실제 데이터센터 수도 증가세다. 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6일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는 민간 88개, 정부·공공 62개 등 총 150개다. 작년 말 대비 13개(민간 4개, 공공 9개) 늘어난 수치다.
3년 전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이어 구글·오라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속속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마련한다. 구글과 오라클은 내년 서울 리전(복수 데이터센터) 설립을 가시화, 국내 통신사와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IBM은 SK(주) C&C와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을 함께한다.
이들 기업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기보다 통신업체와 IT서비스업체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글로벌 사업자가 직접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에는 시장 수요를 가늠하기 어렵고 투자 대비 효과가 불분명하며 센터 건설과 시스템 구축 등에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IT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지은 뒤 수요기업에 임대하는 부동산기업도 나타난다.
기존 데이터센터 사업자도 추가 고객 유치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확보한다. KT는 지난해 신규 데이터센터에 이어 서울 지역에 추가 데이터센터 설립을 준비한다. 이미 기존 데이터센터가 상당부분 고객사 입주를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통신사는 자체 클라우드 사업보다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 매출이 성장세”라면서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가 국내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이라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임대 수요가 지속 늘어나면서 미국계 데이터센터 임대전문 기업도 국내 진출을 검토한다. 국내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데이터센터 임대 전문 기업이 자리 잡았다. 미국 내 주요 기업은 자체 데이터센터 대신 외부 전문 데이터센터 서비스를 이용한다. 미국 주요 데이터센터 기업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국내 데이터센터 보유 기업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미국 데이터센터 기업은 국내 진출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할 전망이다. AWS, MS 등 주요 기업이 국내 데이터센터 대신 미국 또는 국내 진출한 해외 기업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송준화 데이터센터연합회 팀장은 “글로벌 IT기업의 클라우드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등 동북아 시장 지배력 확대와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국내에 데이터센터 구축이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동안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클라우드 도입이 저조했지만 정부 제2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 시행과 전자금융감독규정 등 관련 규제 개선으로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민간 클라우드 도입 활성화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 데이터센터 산업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