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3D프린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우리나라가 수출 상품으로 육성해야 할 각광받는 신산업 아이템들이다. 이를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중소기업간경쟁제품(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됐거나 지정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이나 ESS, 3D프린터는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고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힌다. 우리 대표 기업들이 나서서 해외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 점유율도 가져와야 할 분야다. 우리나라에선 이 산업을 중소기업만 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
시장이 성숙되고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산업에선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할 부분이 있다. 중소기업이 자리 잡은 영역에 대기업이 자본력과 브랜드로 치고 들어와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일도 막아야 한다.
그러나 기술과 자본이 모두 필요하고 세계 시장에서 직접 경쟁이 필요한 산업에선 대기업이 우리 대표 선수로 나서는 게 옳다.
우리 대기업은 발목이 잡힌 가운데 중소기업이 혜택을 얻지도 못하고 다국적 기업만 혜택을 본 전례도 있다. 발광다이오드(LED)와 센서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대기업은 위축되고 외국계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됐다. 외국계 기업은 국제무역 기준 때문에 업종 참여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 나타난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 다양한 신산업에서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요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보호와 지원 확대 기조에 편승해 일부 집단에서 '아니면 말고 식' 경쟁 제품 지정 요구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보호 취지는 살리면서 산업 전체 발전을 막는 어리석음은 막아야 한다.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에서 더욱 엄중한 잣대가 필요하다.
현 구조에선 동종 업계 몇몇 업체가 의견을 모아 경쟁 제품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해 관계자 간 조정회의를 거치지만 각하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절충안을 마련에 중소벤처기업부까지 의견이 올라간다.
엇갈린 양측 의견을 듣고 중간 안을 택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국가 산업 발전 로드맵과 산업 전망까지 전문가의 정교한 시장 판단을 거쳐야 한다. 국가 산업 득실을 따져 보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업무를 관장하는 중기부는 이번 정권에서 부처로 승격했다. 중소기업 보호를 내세운 안을 반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보완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의견까지 반영하는 쪽으로 지정 방식 개선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12월에는 생계형적합업종특별법도 시행에 들어간다. 여기도 우려가 나온다. 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대기업 측 인원이 소수다.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경우 의제된 업종 대부분이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은 대기업만큼 우리 경제를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육성책이 자꾸 대기업을 제한하는 쪽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미래 산업을 두고 내부에서 나눠먹기를 하기엔 글로벌 경쟁이 대단히 치열하고, 산업 진화 속도도 매우 빠르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