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거래위원회 지부(이하 공정위 노조)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실무직원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가 간부 직원에 대한 다면평가를 시행하는 대신 노조 설문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정위 노조는 “다면평가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노조는 최근 내부 게시판에 “이번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지난해 공정위 노조는 과장급 이상 80명 간부에 대한 평가, 갑질 사례를 조사·발표했다. 아이스크림을 사놓지 않으면 짜증을 냈다는 이른바 '쭈쭈바 과장' 등 내부 갑질 사례가 다수 공개되며 논란이 커졌다.
공정위 노조는 올해도 실무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집계·분석까지 마무리 했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공정위 내에선 “이럴거면 뭐하러 설문조사를 했나”는 불만이 나왔다.
공정위 노조의 결정은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사기진작 방안'과 관계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사기진작 방안에서 과장 이상 직원에 대한 다면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전제로 '다면평가 외 비공식 간부평가 미실시'를 명시했다. 공정위 내에선 “노조의 설문조사를 막으려는 취지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별개 사안이다. 노조가 스스로 판단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결국 공정위 노조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다면평가 실시와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다면평가는 인사관리에 원칙 미반영하고, 공정위원장에게만 보고되는 형태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 내에선 최근 부위원장, 국장급 간부의 업무배제 등 내홍이 심한 상황에서 설문조사 결과까지 공개되면 문제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공정위 노조는 다면평가와 설문조사 결과 미공개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 설문조사 실시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정위 노조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는데 작년과 달리 크게 문제될 만한 내용이 거의 없었다”며 “설문조사 과정에서 근무환경 개선이 이뤄진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