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생결제, 외부에만 강요하는 중기부

상생결제는 은행이 대금 지급을 보증하는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결제 시스템으로, 상위 거래 기업이 부도를 내도 하위 거래 기업이 대금의 안정 회수가 가능한 중소기업 지원 제도다. 거래 기업이 예정 결제 날짜에 현금 지급을 보장받고, 결제 날짜 이전이라 해도 대기업·공공기관 수준의 낮은 금융비로 물품 대금 현금화가 가능하다. 상생결제는 불공정한 대금 지급 결제 관행을 근절하고 연쇄 부도 위험이 높은 어음 결제를 대체하기 위해 2015년에 도입됐다. 상생결제를 시행하면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가점을 부여하고 세제 지원 혜택을 주는 등 정부가 신경 쓰고 있는 중기 정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운영되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신설과 함께 업무를 이관했다.

중기부는 최근 상생결제 운용액이 올 1~9월 약 78조8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규모라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 일환으로 대기업의 상생결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상생결제 협력 기업 수를 5년 동안 300개 이상 추가한다는 목표도 천명했다. 중기부는 “자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추가 인센티브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할 정도로 기업과 기관 상생결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중기부 소관 공기업·공공기관 가운데 상생결제를 도입한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말 기준으로 상생결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42곳이다. 이 가운데 산업부 소관이 20개로 가장 많다. 노동부(11개), 문화체육관광부(3개), 국토교통부(2개), 농림축산식품부(2개), 행정안전부·환경부·인사혁신처·경찰청 각 1개 등으로 집계됐다. 외부에는 도입을 독려하면서 정착 주무 부처인 자신이 관리하는 곳은 나 몰라라 한 것이다.

중기부 소관 공공기관 및 기업은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거나 관련 제도·정책을 실무 운영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중기부는 출범 1년을 넘어섰다. 산업계와 청와대, 타 정부 부처에서 중기부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중기부가 자신을 우선 돌아보는 자세로 책임 있는 정책을 펼쳐 나가는 조직으로 정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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