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만원. 공무원연금 최고 수령액이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퇴직 관료는 매달 700만원 이상을 노후자금으로 받는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 가운데 최고액은 얼마일까. 204만원이다. 두 연금 평균 수령액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4배 이상 많다. 공무원연금 보험료가 국민연금보다 높기 때문에 수령액 역시 많은 건 이해된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을 세금으로 계속 보전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매년 2조원가량 혈세가 투입된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다면 연금기금 세금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 역시 계속 나빠질 건 불보듯 뻔하다. 지금 이대로라면 미래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빚을 떠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무원 17만명을 증원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이다. 이 같은 기류를 틈타 52개 정부 부처는 증원 늘리기에 혈안이 됐다. 일자리 창출 특명을 받은 공기업 등 공공 부문 역시 현 상황을 호재로 간주하고 있다. 10년 전 이슈인 공기업 민영화 화두는 쏙 들어갔다. 공공 부문 생산성 향상과 서비스 고도화 역시 후순위 과제로 밀렸다.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은 너무나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다. 안정됐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이 기다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젊은 청춘들이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컵밥을 먹어 가며 공무원을 꿈꾼다.
민간 부문 상황은 어떤가.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영향으로 민간에서 양질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영향을 받던 2010년 이래 고용률은 가장 낮아졌다. 올 3분기 15세 이상 고용률은 61.1%를 기록했다. 초단기 일자리 또는 아르바이트만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카드를 통해 복지를 늘리고 사회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정책은 한계에 직면했다.
세금 위주 일자리 창출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고용 그 자체가 목적인 일자리는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못 된다. 당장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러나 장기로는 국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지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일자리 정부 캐치프레이즈 역시 '공무원 일자리 확충'에 방점이 찍혀 있지는 않을 것이다.
때마침 유럽을 순방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해 5월 동시에 취임한 두 정상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공공 부문 정책이다. 출발점은 같았지만 방향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내 공무원 12만명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선거 공약 이행 차원이지만 엄청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12만명이 감축되면 예산을 300억유로(약 39조9000억원) 절약할 수 있다. 이날 만남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경제 협력 포괄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덧붙여서 프랑스 정부의 공공 부문 개혁 철학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유럽 순방길에서 일자리 문제 해법을 찾길 바란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의 반격이 시작됐다. 틈새는 경제다. 집권 2년 차를 맞이한 현 정부 경제 정책 및 상황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경제팀 교체 주장까지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대내외 지표가 좋지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가계부채는 1500조원까지 늘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정부 1호 정책인 일자리 창출이 국정 운영의 아킬레스건으로 될 수 있다. 일자리 논쟁이 정책 블랙홀로 변질될 개연성이 커졌다. 진정한 일자리 창출은 민간 부문에서 일어나야 한다. 지난해 5월 청와대 여민관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은 잘 있는지 궁금하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