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스마트폰 셀피 촬영 기능에 '얼굴보정'이 담겨있다. 평양터치(모델명 평양 2418) 스마트폰 사진기(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 셀피 모드로 전환하니 정사각형 모양이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였더니, 네모난 초점도 따라 움직였다.
메뉴를 눌렀더니 분홍색 '얼굴보정' 아이콘에 눈에 띄었다. 얼굴보정을 선택, 셀피 촬영을 켰더니 얼굴 잡티가 말끔히 사라지고, 피부 톤이 화사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얼굴보정 하위 메뉴에는 △날씬하게 △눈 크게 항목이 담겨 있었다. '날씬하게'를 선택했더니 턱선이 갸름해지고, '눈 크게'를 눌렀더니 눈이 1.5배쯤은 커졌다.
북한에서 소프트웨어(SW) 기술을 통해 카메라 뷰티효과를 접목했다는 사실은 예상 밖이다. 사진 촬영조차 엄격히 제한될 것으로 여겨졌던 북한에서 스마트폰 사진에 포토샵(?) 기능을 넣었다는 건 의외다. 평양터치가 젊은 층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집중 겨냥한 특화 기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 앱 '전경그림' 기능도 독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파노라마'로 불리는 기능이다. 촬영버튼을 누르고 한 방향으로 스마트폰을 움직였더니 파노라마 사진이 담겼다. 드넓은 '백두산 천지'를 한 컷에 담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평양터치 디자인은 투박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갤럭시S8 두개 정도를 겹쳐놓은 느낌이 들 정도로 두껍다. 스마트폰 후면에 통상 새겨져 있는 전자기기 인증 관련 마크도 없다. 색상은 블루계열인데, 상하단부와 중간부분 채도를 달리해 '투톤컬러'를 구현했지만,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다. 스마트폰 글씨체는 '궁서체' 뿐이다.
배터리는 웬만한 스마트폰보다 용량이 큰 4000mAh다. 탈착식으로, 배터리를 꼈다 뺐다할 수 있도록 설계, 아날로그 감성을 더했다. 화면 터치감은 '음치'같이 한 박자씩 느리고, 정교함이 떨어졌다. 2GB 램(RAM) 용량을 갖췄지만, 앱 구동 속도는 답답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일이 없다보니 스마트폰 구동 속도를 저해할 만한 요인은 찾기 어려웠다. 다만 앱이 동시에 10개 이상 동시에 열려 있을 때에는 '프로그람 오류' 안내문이 떴다.
'손전등(전지)' 앱이 기본 탑재돼 있다는 점은 신선했다. 어떤 스마트폰에도 손전등이 기본 앱으로 내장돼 있진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산악지역이 많고, 전기공급량이 부족해 정전이 잘 된다는 점을 고려해 손전등 앱을 기본 내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스마트폰 개발자가 나름 '북한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나침반 역시 산에서 길을 잃는 북한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앱이었다.
북한 스마트폰은 인터넷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인트라넷에 접속해야만 제한된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열람기'라는 앱을 구동했더니 우리나라 웹 브라우저 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페이지에는 '웨브페지가 림시 중단되였거나 새 웨브주소로 변경되였을 수 있습니다'라는 북한말 안내문이 떴다. 북한 인트라넷 주소는 전부 숫자로만 이뤄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평양터치는 스마트폰으로서 특별한 가치를 찾긴 어려웠다. 국내에 판매되는 최저가 모델보다도 부족한 수준의 사양·기능을 갖췄다. 외형은 여느 스마트폰과 비슷하지만, 인터넷이 지원되지 않는 스마트폰은 마치 '386컴퓨터'를 만지고 있는 듯한 답답한 인상을 줬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