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8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16년만의 경기도 정권 교체를 이룬 민선7기 이재명 호(號)는 '공정·평화·복지'를 3대 핵심가치로 한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 공공건설 원가 공개, 청년 배당과 지역화폐 도입, 남북교류협력사업 재개 등 새로운 도전과 실행을 선보인 이재명 지사의 지난 100일을 공정과 평화, 복지라는 3대 키워드로 살펴본다.
◇공정함의 경기도
이재명 지사의 취임 후 첫 일성은 '공정'이었다. 이 지사는 취임사를 통해 “억울함이 없는 세상, 공정한 경기도를 만들라는 도민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르겠다”고 밝힌데 이어 “민선7기 경기도정 핵심은 공정함”이라며 억강부약(抑强扶弱,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와 줌)을 강조했다. 이런 이 지사의 공정 정신은 지난 100일간 △공정경쟁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단속과 제도개선 △소상공인에 대한 공정한 기회 제공 △여성과 노동자 등 사회약자에 대한 처우개선 △지역적 차별해소 등 4개 분야의 정책으로 실현됐다.
먼저 공정경쟁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단속과 제도개선 분야에서는 10억원 이상 공공건설원가 공개와 표준시장단가 적용이 단연 관심을 모았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달 2015년 이후 현재까지 경기도시공사에서 발주한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건설공사 원가 58건을 공개한 데 이어 민간건설업체가 공동으로 분양한 민간참여 분양주택, 이른바 5개 아파트 건설 원가를 공개했다. 경기도 역시 9월부터 도청 각 부서와 사업소, 직속기관에서 진행된 10억원 이상 공공건설원가를 공개하고 있다.
이는 앞서 이재명 지사가 “원가공개로 공사비 부풀리기를 막겠다”며 “9월부터 계약금액 10억원 이상 공공건설공사 원가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조치다.
경기도는 또, 투명하면서도 예산절감까지 가능한 공공건설 확립을 위해 추정가격 100억원 미만 공공건설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제도개선안을 9월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공정 정책으로는 지역화폐가 화제였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도지사 핵심 공약으로 발행권자는 도내 31개 시장·군수로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곳은 성남·안양·이천시와 가평군 등 4개 시군으로 도는 올 연말까지 준비된 시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내년에는 도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도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도내 31개 시·군의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1조5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는 17만명에게 청년배당으로 1790억원을, 산후조리비로 8만4000명에게 423억원을 매년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경영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명표 복지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재산, 노동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대량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유용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 지사의 대표 복지공약인 청년배당과 최근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모두 기본소득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환수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9월 열린 더불어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도입된 지 수 십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부동산이 특정 소수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했다”면서 “세금에 대한 저항은 세금을 걷어서 다른 데 쓴다는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유세를 걷어 국민에게 그대로 돌려준다면 저항이 없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취임 100일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이 지사가 가장 큰 성과로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를 화두로 만든 것”이라고 꼽을 만큼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단연 화제의 중심에 있다. 8일 국회에서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놓고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토론회 결과가 입법으로 이어질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 지사는 지난 100일 동안 초등학생 치과 주치의 도입, 경기도어린이 건강과일 공급(37만명), 군입대 청년 상해보험 가입 지원,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20만호 공급 등 계층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복지정책을 선보였다.
◇한반도 평화, 경기도에서 시작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민선7기 첫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이재명 도지사는 정부가 추진 중인 평화통일경제특구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한 바 있다. 이 지사는 “경기도 자체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화통일경제특구를 100만평 조성하면 전국적으로 약 7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면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추진도 응원하고 경기도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꼭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화 키워드의 핵심정책인 통일경제특구와 남북교류협력은 최근 도의 역량이 집중되는 분야다. 이를 위해 도는 전국 최초로 평화부지사를 신설했으며 10월 1일 평화부지사 아래 평화협력국을 두고 남북협력 및 교류강화와 중앙·지방 상생협력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마쳤다. 개편안 중에는 철도국을 북부청 소관으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이는 경의·경원선 연결 지원과 남북연결 도로망 확충사업 등을 통해 경기도를 유라시아로 향하는 한반도의 중심 출발지로 만들자는 이 지사의 복안이 담긴 조치다.
2010년 5·24조치 이후 중단됐던 남북교류협력사업도 사실상 8년 만에 재개된다. 경기도는 7일 말라리아 공동방역사업 확대, 황해도 지역에서의 농업분야 교류 추진, 옥류관 유치 등 6개항에 대해 북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화영 평화부지사는 평양에서 열린 10·4 정상선언 11주년 공동기념행사 참석차 북한을 방문해 북측과 교류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공정과 복지, 평화를 기본 철학으로 100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기존 경기도와 다른 새로운 경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면서 “내년 도 본예산이 확정될 즈음에는 보다 구체적인 실천 계획과 새로운 경기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