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이르면 내년 항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공급가격을 전격 인하한다. 경쟁제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공격적 가격정책으로 시장을 초기 장악한다. '램시마'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상승세인 트룩시마 판매에 총력을 기울인다.
4일 관련 업계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해외판매법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체결한 트룩시마 공급계약을 종전 395억원에서 335억원으로 조정했다. 유럽 내 판매 가격 인하가 이어진다.
트룩시마는 혈액암 일종인 비호지킨스 림프종을 치료하는 항암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바이오젠이 개발한 '맙테라·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이다. 작년 4월부터 유럽 판매를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 심사도 진행 중이다.
공급계약 하향 조정은 유럽 내 가격 경쟁력 제고가 목적이다. 공격적 가격정책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은 물론 경쟁 바이오시밀러와도 격차를 벌린다.
유럽시장에서 트룩시마 경쟁제품은 산도즈 '릭사톤'이 유일하다. 성분도 같은 데다 출시일도 6월로 트룩시마와 비슷하다. 두 기업은 리툭시맙 시장에서 각각 20%대 점유율을 차지해 접전을 펼친다. 화이자, 암젠 등 후발주자까지 뛰어들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유럽 내 주요국가에서는 트룩시마가 강세를 보이지만, 시장주도권 확보를 위한 공급가격 인하 카드를 내민다.
이번 계약 조정이 공급가격에 반영되는 것은 이르면 내년이다. 유럽은 국가 조달로 의약품이 거래되는데, 올해 조달계약은 거의 마무리 단계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공급계약 하향 조정은 당장 판매할 제품 가격을 내린다기보다는 내년 유럽 조달시장 등 중장기 전략으로 봐야한다”면서 “점유율 기반인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정책으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트룩시마는 셀트리온 첫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잇는 기대주다. 유럽시장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 약 27%를 확보했다. 네덜란드와 영국 시장에서는 각각 66%, 56%까지 점유한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849억원이다. 2분기에 간판 제품이던 램시마 매출을 넘어섰다. 출시 5년이 넘으면서 상대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든 램시마를 넘어 주력제품으로 트룩시마에 거는 기대가 높다.
공격적 가격정책으로 시장 선점 효과가 커질지 주목된다. 트룩시마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20~30%가량 저렴하다. 유럽 내 의약품 신뢰는 검증받은 만큼 추가 가격 인하는 조달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저가 전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쟁제품이 거의 없고 지속적인 공급가 인하는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램시마 판매 업체도 꾸준히 공급가를 낮추다보니 판매량은 늘지만, 매출이 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면서 “셀트리온이 트룩시마 시장 안정적으로 진입한데다 경쟁제품도 제한돼 공급가 인하는 초기 시장 선점 전략으로만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표, 셀트리온 램시마·트룩시마 매출>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