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투자'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투자 감소는 생산 하락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떨어트린다. 기업 경기전망이 어두워 당분간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내년 성장률 전망 달성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째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하향세다.
설비투자지수(계절조정 반영)는 지난 3월 130.4에서 8월 112.9까지 내려왔다. 종류별로 기계류가 3월 123.9에서 8월 106.1로, 같은 기간 운송장비는 150.8에서 130.9로 축소됐다.
설비투자 부진은 반도체 설비 증설 둔화 영향이 크다. 반도체 기업들은 그동안 생산량을 충분히 늘렸다고 판단, 설비 증설을 줄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 규모는 작년 8월 6010만달러에서 올해 8월 3210만 달러로 1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호황이었던 건설투자도 최근 둔화되는 모습이다.
건설기성(한 달 동안 시공한 공사실적, 계절조정 반영)은 3월 9조7840억원에서 8월 9조3230억원으로 줄었다. 종류별로 건축은 7조940억원에서 7조20억원으로, 토목은 2조6890억원에서 2조3210억원으로 축소됐다.
향후 투자 전망도 어둡다. 기업의 경기 체감 수준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월 75에 머물렀다. 올해 4분기 투자 의향이 있는 중소제조업체는 15.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 부진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국내외 경제 기관은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올해 2.9%, 내년 2.8% 성장을 예상했지만 다른 기관은 대부분 2%대 중반 수준을 제시했다.
다만 최근 투자 지표 하락은 작년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경제전문가는 “지난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 등에서 투자가 워낙 좋았던 기저효과 영향이 있다”며 “평균 수준으로 봤을 때 투자가 너무 적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