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지원특별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혁신 금융서비스를 가진 핀테크 기업 사이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평가를 기다리는 핀테크 스타트업은 시범서비스 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은행 등 금융권 주요 출자자는 성장성을 기대하기보다 정부의 제도 개선을 기다리며 추가 투자를 꺼리고 있다.
3일 금융권 및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핀테크 기업에 성장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핀테크 지원펀드가 출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위탁운용사 3곳 가운데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펀드 결성을 위한 출자자 모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특히 가장 늦게 위탁운용사에 선정된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은행 등 주요 금융권 출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핀테크 지원을 위한 기술금융투자펀드 조성을 개시했다. IMM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등 3개 운용사를 선정해 성장사다리펀드가 총 400억원을 출자했다. 전체 2000억원 규모의 펀드 가운데 핀테크 기업에 10% 안팎을 투자하는 형태로 핀테크 기업을 지원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굳이 서비스 여부가 불확실한 기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사업 개시 가능성이 큰 기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라이선스 여부로 사업 성패가 결정되는 금융업 특성상 펀드 투자보다는 직접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핀테크 업계에서는 사업 분야별로 투자 수요가 크게 갈린다. 기존 금융권이 보유하지 않은 라이선스를 획득한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쏠림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최근 정부가 육성 방침을 밝힌 금융 마이데이터 분야의 빅데이터 기반 핀테크 기업에는 개별 펀드 차원 투자 제의 뿐 아니라 금융권 직접 투자와 인수합병(M&A) 제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은 결국 금융권에 또 하나의 신규 라이선스가 생기는 셈”이라며 “이미 지주단위에서 영위하고 있는 동종 업종에 소액을 간접투자하기 보다 가능성있는 기업에 미리 투자하는 것이 더욱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소액송금업도 마찬가지다. 비바리퍼블리카 등 해외소액송금업체는 현행법령 상 전자금융업자에 해당한다. 정부가 증권사와 카드사 등으로 해외송금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소액송금 핀테크 기업에 대한 선제 투자 수요가 급증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해외송금을 하기 위해서는 망이 필요한데 기존 은행망을 사용해서는 수익성·편의성 측면에서 불리하다”며 “장기 제휴가 가능한 방식으로 전략적투자(SI)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정작 주목받는 핀테크 기업은 금융권 투자보다 해외자금 유치나 산업자본 투자를 기대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외소액송금업체 관계자는 “국내 자금 투자로는 결국 금융권에 종속되는 상황밖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해외로 눈을 돌리는 편이 낫다”고 전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P2P, 크라우드펀딩의 실패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결국 금융당국의 라이선스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라이선스가 없는 핀테크 기업도 시장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루 빨리 금융혁신지원법 등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지 않고서는 투자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