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가 결정된 일부 코스닥 상장사의 거래량이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6개월간의 거래 정지를 고려하더라도 이례적인 증가 추세다. 정리매매 기간 단기 시세 차익 기대에 따른 추종 매수 심리를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상장폐지로 인해 정리매매에 들어간 11개 상장사의 거래량이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감마누 등 일부 기업은 상장폐지 예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3시까지 전일 대비 180% 상승한 1200원에 거래됐다. 장 마감을 30분 앞두고 증가 폭을 줄이다 전일 대비 94.84% 상승한 8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거래량은 정리매매 개시일(816만건)을 웃도는 836만건을 기록했다.
트레이스, 우성아이비 등에도 추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가 유입되며 정리매매 개시일에 버금가는 거래가 몰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7일 10개 기업에 대한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28일부터 정리매매에 들어갔다. 거래정지 직전 거래일 대비 96.37% 하락한 에프티이앤이를 비롯 모다(-95.92%), 트레이스(-95.88%), 위너지스(-94.51%), 우성아이비(-94.12%), 지디(-93.81%), 레이젠(-93.3%), 감마누(-93.1%), 파티게임즈(-92.36%), 넥스지(-90.29%) 등이 90% 이상 주가가 폭락했다.
통상 정리매매 개시 당일은 주가 하락과 함께 거래량 증가가 동반된다. 6개월에 이르는 거래정지 기간 동안 유동성이 묶인 투자자가 위험 회피를 위한 손절에 나서기 때문이다. 실제 에프티이앤이, 트레이스 등 일부 주식은 정리매매 개시 첫날인 지난달 28일 90% 이상 폭락과 함께 2000만건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통상 정리매매 기간에는 6개월여간 상장폐지 심사로 인해 거래가 묶였던 투자자가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것을 우려해 정리매매 당일 매물을 대거 출회한다”며 “정리매매 개시 당일 이후 이뤄지는 거래는 대부분 기존 주주가 아닌 경우가 참여해 시장을 흔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곧 퇴출될 종목에 이처럼 투자자의 매매 주문이 쏠리는 이유는 단기 급등을 기대해서다. 상장폐지를 앞두고 실시되는 7거래일간의 정리매매 기간에는 가격제한 폭이 존재하지 않아 일부 투기 세력이 고수익을 챙기는 데 이용되곤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정리매매 개시 첫 날 이후 급등하는 주식은 추가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흔히 '상폐꾼'이라 일컫는 자는 현물출자 등을 통해 코스닥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상폐를 거쳐 알짜 자산을 매각해 수익을 추구하곤 한다”며 “정리매매 기간 단기 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를 유도해 염가로 풀리는 유동주식을 사들여 더욱 지배력을 공고히 한다”고 전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