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 노벨상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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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노벨위원회는 1일부터 과학 분야 최고 명예로 여겨지는 노벨상 수상자 선정을 위한 투표를 한다. 1일 노벨 생리의학상, 2일 물리학상, 3일 화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수상을 앞두고 나오는 '예측'은 노벨상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클레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노벨상 예측에서 '쪽집게'라는 평을 받는다. 매년 발표하는 물리학·화학·생리의학·경제 분야 노벨상 수상자 예측에 이목이 집중된다. 클레리베이트는 2002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를 선별하기 위해 분석 솔루션인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를 개발해 이들의 연구 문헌과 피인용 기록을 분석했다. 올해도 연구보고서 피인용 빈도 상위 0.01% 연구와 해당 분야 발전에 공헌한 연구자를 선정하고 이 가운데 17명을 유력 수상 후보군으로 제시했다.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미노루 카네히사 교토대학 교수, 솔로몬 스나이더 존스홉킨스 대학 교수, 나폴레옹 페라라 캘리포니아대학 교수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카네히사 교수는 교토유전자및게놈백과사전(KEGG)을 개발, 생물정보학 발전에 공헌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유전자 발현에 연관된 단백질의 대사경로를 파악하고 세포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 비교, 해석할 수 있게 됐다.

스나이더 교수는 뇌수용체를 포함, 다수의 신경전달 물질과 정신신경용제의 수용체를 식별하는데 성공했다. 통증조절을 위한 조제 등 공통 처방약 개발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라라 교수는 건강한 조직과 암세포에서 새로운 혈관이 형성되는 혈관형성(angiogenesis) 프로세스의 핵심 조절 인자인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암이나 노화로 인한 황반변성 등 질환에서 혈관의 성장을 억제시키는 신약 개발을 이끌었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데이비드 어스찰럼 시카고 대학 교수, 아서 고사드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와 산드라 파버 캘리포니아 산타쿠르즈 대학 교수가 후보로 선정됐다. 클레리베이트는 유리 고고치 드렉셀공과대학 교수, 로드니 루오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빠드리스 시몽 폴사바띠에대학 교수도 수상권에 있다고 예측했다.

어스찰럼, 고사드 교수는 반도체의 스핀 홀 효과(Spin Hall Effect)를 발견했다. 자기장 영향력 하에서 전자의 행동방식에 대한 연구로 양자 컴퓨팅 등 다양한 연구 분야 발전에 기여했다.

파버 교수는 은하의 나이와 크기, 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또 우주의 실종 물질을 구성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차가운 암흑물질에 대한 연구 등으로 우주이론 발전에 공헌했다.

고고치, 루오프, 시몽 교수는 탄소 소재를 기반으로 에너지 저장장치인 수퍼커패시터(supercapacitor) 효율을 높이고 상용화를 앞당겼다.

화학 분야에서는 에릭 제이콥슨 하버드대학 교수, 조지 셸드릭 게오르크아우구스트괴팅겐대학 교수, 조앤 스튜베 MIT 대학 교수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제이콥슨 교수는 유기체 합성을 위한 촉매 반응 연구자로 제이콥슨에폭시화(Jacobsen epoxidation)를 개발했다.

셸드릭 교수는 'SHELX' 시스템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 화학 구조결정학 부문 발전에 기여했다. 스튜베 교수는 리보뉴클레오티드 환원효소가 유리기 메커니즘을 통해 리보뉴클레오티드를 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로 변형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등 분자생물학 발전을 이끌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유룡 KAIST 교수(화학), 지난해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화학)가 후보로 선정됐지만 올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노벨상의 영예가 꼭 이들에게 돌아가리란 법은 없다. 클래리베이트의 예측은 말 그대로 예측에 불과하다. 예측을 시작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간 후보자로 총 300명을 제시했고 이 가운데 31명이 수상했다. 정확도는 10% 정도다.

이 기간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총 121명이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중 클래리베이트가 꼽은 후보가 차지하는 비중은 26% 수준이다. 깜짝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그동안 노벨상 수상 내역을 보면 과학트렌드의 변화도 읽힌다. 노벨상은 1901년 시작됐다. 이후 117년 간 599명 수상자가 나왔다. 물리학상 207명, 화학상 178명, 생리의학상 214명이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 영국, 독일 순으로 수상자를 많이 배출했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22명으로 가장 많았다. 1980년 이후로 최근 40여 년간 물리학은 입자물리, 화학은 생화학, 생리의학은 유전학 분야에서 가장 많은 수상자가 나왔다.

수상과 관련해선 공동수상 증가와 수상자 고령화가 뚜렷하다. 3인이 공동 수상하는 사례가 일반화됐다. 전체 기간 수상자 평균 연령은 57세에 달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최근 10년간 수상자의 노벨과학상 수상에 기여한 핵심논문을 바탕으로 수상 패턴을 조사한 결과 핵심 논문 생산에는 평균 17.1년, 핵심논문 생산 후 수상까지 평균 14.1년이 소요됐다. 노벨상 수상까지는 총 31.2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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