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의 유니콘기업 이야기]<36>온라인 게임 실패가 부른 성공 '슬랙'

슬랙테크놀로지는 '타이니 스펙'이라는 이름으로 캐나다에서 2009년에 창업한 회사다.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개명했다. 현재 기업 가치는 8조원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이다.

스마트폰 성공으로 우리는 실시간 정보 전달 수단을 많이 갖고 있다. 이러한 수단은 과거에 불가능하던 원거리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문제는 이러한 수단이 너무 다양화돼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정보 전달의 대세로 자리 잡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만 해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나라마다 지배적 메신저 앱이 다르다. 우리나라 메신저 앱은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의 사용자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 사용자는 여전히 전통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고집하기도 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앱을 사용하기도 한다. 분화된 시장은 팀원 간 긴급하고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심각한 보안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팀원 간 통합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제공하는 앱이 슬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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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랙테크놀로지의 사용자수 증가 추세.

이 앱은 올해 5월 8일 현재 하루 사용자 수가 약 800만명, 유료 사용자 수가 300만명을 넘고 있다. 매년 100% 이상 사용자 수 성장을 자랑하고 있다. 이미 미국 샌프란시코 본사 이외에 뉴욕·토론토에 이어 영국, 프랑스, 홍콩, 호주까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지난해 소프트뱅크의 2억5000만달러 투자를 포함, 총 8억400만달러 벤처캐피털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회사는 처음부터 지금의 성공 슬랙을 만들려고 시작한 곳이 아니다.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인 공동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캐나다의 시골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가 베트남 전쟁의 징용을 피해서 캐나다로 도망 온 이주민이기 때문에 가난했다. 그의 대학 생활은 웹의 탄생, 즉 닷컴이라는 인터넷 빅뱅이 일어나던 시절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 코딩을 스스로 공부한 버터필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대학 웹페이지를 디자인하면서 돈을 벌며 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당시 최초의 뉴스 그룹 가운데 하나인 버몬트 음악밴드 피시의 소식을 접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스로 공부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기술 변혁 시기에 기회를 먼저 보는 청년 창업가 창업 과정을 그도 밟은 것이다.

27살의 나이에 대학원을 마친 그는 친구와 함께 대학원 관련 정보 탐색 웹 회사를 창업, 다른 회사에 팔았다. 이어 2002년 밴쿠버에서 '루이드코프'라는 회사를 창업한다. 처음 목표는 우리나라가 선점한 MMORPG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게임 개발은 실패했다. 그때 게임용으로 만든 그래픽과 사진을 공유하는 플리커 서비스를 시작, 인기를 얻는다. 하나의 창업 실패가 반드시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플리커는 2005년 야후에 인수됐다. 이때 공동 창업에 참여한 동료이자 지금은 버터필드의 부인인 카타리나 페이크와 제이슨 클래슨은 버터필드와 동시에 야후를 그만두고 못 이룬 게임회사의 꿈을 다시 펼치기 위해 2009년 타이니 스펙을 창업한다. 이들이 대규모 펀딩을 받아 야심 차게 개발한 게임 '글리치'는 처절하게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게임 개발 과정에서 팀원 간 원활한 협업 툴로 개발한 메신저 기반의 케뮤니케이션 툴인 슬랙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슬랙은 발표되자마자 매일 사용자 수가 5~10% 늘어났다. 이런 성공은 막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로 이어졌고, 오늘의 성공을 가져왔다.

놀랍게도 온라인 게임 사업은 번번이 실패했지만 이때 부산물로 만들어진 서비스 플리커와 슬랙은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창업은 이렇게 예기치 않는 길을 가기도 한다. 그러나 슬랙의 성공에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완성도 높은 해결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떤 문제를 완성도 높게 만들어 가는 연쇄 창업가의 성공 이야기가 오늘 슬랙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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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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