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17>일자리 문제, 긴 호흡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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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상황판

최근 통계청이 '8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올 8월 취업자는 2690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000명 증가했지만 일자리는 아직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한 듯하다. 지난 '5월 고용동향' 발표로 표면화되기는 했지만 한편 따지고 보면 이것이 한두 해 문제는 아닌 듯하다. 또 어느 정도 우리 경제의 구조 문제라는 점에서 간단히 볼 일도 아니다.

실상 국내 언론과 전문가가 고용 통계를 놓고 한참 논쟁을 벌이던 7월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 고용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내 언론 주목을 받지 못했고, 다른 내용에 묻혀 드러나지도 않았지만 보고서는 '임금 없는 성장'이란 이슈를 담고 있었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아니지만 '2018 고용전망'은 OECD 회원국 전체를 봤을 때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 실업은 그 사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임금 수준은 그 만큼 회복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상위 임금은 나아진 반면에 하위 임금은 제자리에 머물거나 덜 높아져서 결국 상하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 경제는 이미 '고용 없는 성장'이란 문제에 노정돼 있다. '고용 없는 회복'을 처음 지적한 닉 페르나는 1990년 7월부터 1991년 3월까지 경기 후퇴 후에 1997년까지 실업률이 그 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경우나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몇년 후 경기는 회복됐지만 실업률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까지 회복되지 못하다 결국 증폭된 상황을 언급한 바 있다.

우리 경제 역시 외형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를 몇년 만에 극복한 듯 보였지만 2000년 초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본격화됐다. 또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표면으로는 극복한 듯 보였지만 실상 그렇지 못했을 개연성이 크다. 결국 올해 몇 차례 고용 감소를 거쳐 표면화됐지만 실상 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누적된 응력의 결과물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이 같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에 덧붙여 OECD가 말하는, 회원국에 관찰되는 '임금 없는 성장'이란 보편 문제가 덧붙여졌을 때 우리 경제가 손쉽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안일한 대처가 아닐까 하는 판단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목격되는 노동생산성 정체 문제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또 몇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소기업 기술 혁신은 정체됐고, 전례 없는 자본·기술 집약화도 일자리 측면에서 꼭 긍정으로 불 수만은 없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의 고용 수요에도 변화가 있다. 궁극으로 경기는 회복됐지만 그 이전 직장으로 돌아갈 수 없는 구직자가 남겨진 채로 다른 숙련을 요구하는 고용 수요로 대체됐을지도 모른다.

결국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 부문에서 소득 배분 구조를 개선하고, 오랫동안 전문가가 지적해 왔듯 경제개발기 노동의 초과 수요 상황에 맞춰 구축한 직업 교육과 산업 인력 공급 체계도 손봐야 한다.

물론 OECD의 진단과 전문가 대안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단지 정부는 대책을 서두르는 한편 이번에 IMF 이후 누적된 우리 경제의 문제를 다시 진단해 보면 어떨까 한다. 지난 몇 번의 큰 위기를 온전히 극복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체감하고 있지 않은가. 그동안 땜질해 둔 곳을 찾아 해결하는 것을 이 정부의 역할로 삼는다면 그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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