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김치냉장고 필수가전 등극...연간 100만대 판매

1984년 처음 등장한 김치냉장고가 35년이 지난 현재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주방 필수 가전으로 성장했다.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 변화와 맞물리며 급성장한 김치냉장고는 다양한 식품 저장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진화 중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올해도 신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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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개발한 국내 최초 김치냉장고 GR-063 광고

◇땅 속 '장독'에서 주방 안 '김치냉장고'로

국내 최초 김치냉장고는 1984년 등장했다. LG전자는 1983년부터 식생활과 주거 환경 변화에 따라 김치 저장을 위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해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다섯 차례 실패를 딛고, 1984년 상자형 김치냉장고 'GR-063'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김치 숙성과 보관에 알맞은 온도를 유지해 청량감과 풍미를 더해주는 제품이었다. 당시로서는 식생활에 새 바람을 몰고 올 만큼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일반 냉장고로부터 김치를 격리시켜 다른 음식에 김치 냄새가 배는 것을 방지한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전히 땅 속에 장독을 묻고 김치를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일반 냉장고에 함께 보관하는 경우도 많았다.

LG전자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형 냉장고 개발에 초점을 맞췄고, 1993년 1월 한국형 인공지능 '김장독 냉장고 GR49-2CK'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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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채'의 등장과 대중화 시작

김치냉장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1995년 '딤채'가 출시되면서다. 대유위니아(당시 만도기계)는 냉방시스템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냉장고 시장에 진출하면서 '김치냉장고'라는 틈새시장을 겨냥했다. 당시 냉장고 보급률이 100%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었다. 1993년에 김치연구소(현 딤채발효미과학연구)를 설립하고, 김치 숙성과 정온 유지 기술을 연구한 끝에 1995년 딤채를 내놨다. 딤채는 출시 첫 해 4000대, 이듬해 2만대를 판매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아파트 중심 주거문화가 확산된 것도 김치냉장고 확산에 힘을 보탰다. 딤채 성공과 주거문화 변화를 보면서 김치냉장고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도 늘었다. 1998년부터 삼성전자가 김치냉장고 시장에 진입하는 등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역동적인 가전이 됐다. 김치냉장고 시장은 2002년 최대 호황기를 맞았는데, 당시 약 187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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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냉장고는 다기능을 갖춘 4계절 가전으로 진화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2019년형 김치플러스

◇다기능 갖춘 다용도 제품으로 진화

현재 김치냉장고 가구당 보급률은 9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는 연간 110만대에 이르고, 20여개 기업이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 성능도 진화했다. 김치냉장고는 김치 보관 기능은 물론, 다양한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4계절 제품으로 진화했다. 뚜껑형에서 스탠드형으로 형태도 변했고 편의성과 활용성이 높아졌다. 스탠드형 제품 비중은 70%에 이른다.

신제품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김치뿐만 아니라 식품 특성에 따라 전문보관을 해주는 프리미엄 김치냉장고 2019년형 '김치플러스'를 출시했다. 김치플러스는 다양한 종류의 김치는 물론, 바나나·감자 등 보관이 까다로운 식재료까지 맞춤 보관이 가능하다. 2019년형 김치플러스 4도어 제품은 냉기 보존에 탁월한 메탈쿨링을 적용해 ±0.3도 미세한 온도 편차만을 허용하는 정온기술을 구현했다.

LG전자는 고객이 선호하는 신선기능을 강화한 김치냉장고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2019년형 LG 디오스 김치톡톡 전 모델에 차별화된 신선기능인 'New 유산균김치+'를 기본 탑재했다. 이 기능은 김치 감칠맛을 살려주는 유산균을 일반 보관모드에 비해 최대 57배까지 늘려 김치를 오랫동안 맛있게 보관해준다.

대유위니아는 '오리지널 독립냉각' 기능으로 문을 자주 여닫아도 설정한 온도 유지에 유리한 2019년형 김치냉장고 '딤채' 신제품을 출시했다. 저장실마다 다른 냉각기를 사용하는 딤채 '오리지널' 기술을 한 층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총 18종, 26모드의 식재료별 맞춤 보관 기능을 구현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