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중저가폰,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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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 중 처음으로 갤럭시A7(2018)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다.

글로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했던 기술을 계승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최신 기술을 앞서 적용해 소비자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진일보했다. 중국·인도 등 빅마켓을 비롯해 아프리카·동남아·남미 등 신흥국가에서 중저가폰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제조사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중저가폰은

2010년 초반 중저가폰은 50만~60만원대 가격에 네이밍(제품명)이 획일화되지 않은 단발성 제품이 주를 이뤘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극대화에 전략이 집중돼 중저가폰은 주목받지 못했다.

2013년 9월 애플은 아이폰5C를 공개, 사상 처음으로 중저가폰 시장에 진입했다. 프리미엄 아이폰만 고집하던 애플이 중저가폰을 내놓은 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인도 등 신흥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가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제조사를 견제하기 위한 시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2015년 중저가폰 전략을 수정했다. 획일화되지 않았던 중저가폰 네이밍을 갤럭시A·갤럭시J·갤럭시온 등 시리즈로 재탄생시켰다. 갤럭시A 시리즈는 50만~60만원대, 갤럭시J 시리즈는 20만~30만원대 등 가격세분화 전략도 꾀했다. LG전자도 LG X 시리즈로 중저가폰 시리즈를 새롭게 론칭했다.

신기술 적용 한계는 분명했다. 상·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개발에 역량이 집중되다 보니 중저가폰은 기존 신기술을 이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J 시리즈에 모바일결제시스템 삼성페이를 적용하고 인공지능(AI) 서비스 빅스비홈을 갤럭시A 시리즈에 도입했지만 판매량을 늘리는 효과를 내진 못했다. 이미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통해 대중에 널리 알려진 기능이었다는 이유가 컸다.

◇주인공은 '중저가폰'

올해에는 스마트폰 최신 기술이 중저가폰에 집중되는 사례가 잇달았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이 중저가폰 경쟁 포인트였다. 하지만 올해는 합리적 가격은 물론 완성도가 우열을 가르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7(2018)에 갤럭시 시리즈 중 처음으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 중저가폰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P20 프로에 트리플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자, 삼성전자는 중저가폰으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보다 먼저 중저가폰에 신기술이 적용된 사례는 전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갤럭시A9 프로에는 후면 쿼드(4개) 카메라를 장착,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앞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쥘 거란 전망도 나온다. LG전자는 LG Q8에 전자펜을 적용하며 중저가폰 경쟁력을 강화했다.

중국 제조사 중저가폰 기술 약진도 돋보였다. 화웨이·샤오미·비보·오포 등은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견줘도 손색 없는 중저가폰을 전면에 내걸고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를 타진했다.

샤오미가 선보인 포코F1은 40만원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갤럭시노트9 수준 스펙을 갖추며 인기를 끌었다. 인도 출시 5분 만에 약 300억원어치 1차 물량이 완판 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폰아레나 등 주요 외신은 퀄컴 스냅드래곤 845 칩셋, 8GB(RAM), 4000mAh 배터리 등 포코F1 스펙이 '역대급 가성비'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비보는 X21에 세계 첫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센서를 적용, 프리미엄 스마트폰 기술을 압도했다. 50만원대 초반 가격 스마트폰에 디스플레이 지문인식센서를 탑재하기 어려울 거란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시도였다. 오포는 F9 전면부 화면 비율을 90.8%로 설계, 가장 완벽한 베젤리스(테두리가 거의 없는) 스마트폰을 구현했다.

◇중저가폰 전략 변화 왜?

글로벌 제조사가 중저가폰 기술을 잇따라 업그레이드하는 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비롯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400~600달러 가격대 중저가폰 판매량은 전체 42%를 차지했다. 300달러 미만 스마트폰까지 포함하면 약 70% 수준에 달한다.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10대 중 7대는 중저가폰이라는 결과다.

중저가폰 판매량이 월등히 높은데도 불구하고 제조사가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 기술 개발에 집중한 이유는 독특한 수익구조 때문이다. 중저가폰 2~3대를 판매하는 것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1대를 판매하는 게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기존 전략을 고수했다.

그러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제조사 중저가폰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는 중저가폰 소비자가 잠재적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스마트폰은 이용 행태, 용도, 경험 등에 따라 기존과 다른 가격대 제품을 선택할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중저가폰 소비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중저가폰 판매가 중국·인도 등 빅마켓에서 활발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을 포함한 빅마켓 시장점유율은 제조사 브랜드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 기준이다. 브랜드 가치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과도 직결된다.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점유율이 1%대로 하락하고 인도에서 샤오미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치명적이었던 까닭이다. 빅마켓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서는 중저가폰 기술 강화는 필수다.

시장조사업체 스테티스타는 중저가폰 판매량이 확대됨에 따라 2013년 305.8달러였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지난해 245.1달러로 60달러가량 줄었고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역량이 향상되면서 국내 업체와 기술 격차가 희미해진 상황”이라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가 스마트폰 신기술 탑재와 관련해 길게 고민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제조사가 의사 결정을 조금만 늦춰도 중국 제조사가 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먼저 출시할 것”이라면서 “중저가폰에 신기술을 우선 적용하는 제조사 전략은 어쩌면 시장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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