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위원장 中 강연서 '재벌개혁' 강조…“韓 경제, 4대 재벌에 좌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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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국의 한 대학 강연에서 강한 재벌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국내에서 '센 발언'을 자제해 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취임 2년차를 맞아 재벌개혁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7월 31일 중국 인민대 강연 자료가 최근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강연에서 수 차례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서 제 별명이 '재벌 저격수'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은 저를 굉장히 두려워했었다”며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기업집단이 가진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에서 재벌은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 내에서도 편차가 커졌다는 문제가 존재한다”며 “2017년 30대 재벌의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삼성이 22.1%, 범삼성그룹이 26.1%, 4대 재벌이 59.4%, 범4대 재벌이 67.4%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경제는 30대 재벌이 아니라 4개 가문 소속 재벌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시민단체 활동을 소개하면서 “현 정부에서 재벌개혁을 통해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회복하고 다이내믹 코리아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저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제 별명이 '재벌 저격수'지만 결코 한국의 재벌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재벌이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민운동을 해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의 재벌 저격수이자 경쟁당국 수장으로서 국제경쟁이 절대로 국내경쟁을 대체할 수 없고, 경쟁정책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을 대체할 수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국내 시장에서 효율적 경쟁구도가 기업을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후 재벌개혁 관련 '센 발언'은 자제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김 위원장 재벌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강연 발언은 김 위원장 '본심'이 담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취임 2년차를 맞은 만큼 앞으로 재벌개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급격한 재벌개혁보다 일관되고 지속적인 정책이 중요하다는 게 김 위원장 생각”이라며 “최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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