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최태원 SK 회장·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 총수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단체장이 19일 북한 양묘장을 방문했다. 이후 교원대학을 방문해 북한 산업·사회 체계를 두루 살폈다. 투자 권한을 갖춘 대기업 총수와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장이 북한 사회를 둘러보면서 실질 경제 투자·협력 모델이 나올지 주목된다.
19일 청와대에 따르면 평양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한 경제계 인사는 방북 둘째 날 오후 122호 양묘장을 방문했다. 122호 양묘장은 황해북도 송림시 석탄리에 위치한 묘목생산단지다. 연간 2000만 그루 묘목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직접 준공을 지시해 2016년 5월 완공했다. 원형삽목장·야외재배장·용기나무모재배구·관수설비 등을 갖췄다. 북한 산림녹화 사업을 위해 과학 기법을 적용하는 곳으로 전해진다.
국내 주요 재계 인사는 이날 북한 산림 산업·기술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정상이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서에서도 자연생태계 보호·복원을 위한 환경·산림분야 협력 실천적 성과를 내는 것에 노력하기로 했다. 환경·산림 분야는 유엔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분야다. 이 때문에 당장 경제협력 사례가 나올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실제 SK는 SK임업에서 산림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당장 경제협력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인사는 북한 소학교·학령전 교육을 담당하는 평양교원대학도 들렀다. 이곳에서 북한 교원 양성·교육 체계를 살폈다. 북한이 관심을 기울이고 당장 경협이 가능한 산업 시설과 북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 현장을 두루 방문한 셈이다.
재계 총수와 경제계 주요 인사는 방북 첫 날과 달리 북한 산업·경제, 교육기관 현장을 깊숙이 관찰했다. 전날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 등 경제 담당 인사와 얼굴을 트며 경협 의지를 확인한데 이어 실제 사업하기 좋은 분야 현장을 살폈다.
재계 총수와 경제계 주요 인사가 20일 귀국하면 기업과 경제단체 중심으로 경협 논의가 본격화 할 전망이다. 실질 투자 결정권을 가진 대기업 총수와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장이 대거 방문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경협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북한이 여전히 UN 경제 제재 대상에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구체적 성과를 보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북 정상이 경제협력을 재개하겠다고 합의했지만 국제 사회가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해제에 동의해야 활발한 경제협력 사례가 나올 수 있다. 북한이 도로와 전기 등 부족한 사회 인프라를 보강하는 등 투자 유인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