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애플이나 삼성처럼 젊은 층에 익숙한 회사가 있다. 기업 가치 11조원을 자랑하는 중국 상업용 드론 선두 주자 DJI다. 몇 년 전 북한에서 보낸 무인 정찰 비행기, 조악한 드론이 청와대 부근에서 불시착해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수많은 드론을 활용한 공중 쇼로 세계에 우리 통신 기술을 자랑했다.
드론은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이 침투해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드론이 등장하고, 고가의 헬기 대신 활약하고 있다. 드론이 영화나 뮤직 비디오 등에 새로운 지평을 열면서 DJI는 2017년 공로를 인정받아 기술과 엔지니어링 부문 에미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K팝 기획사 쟈니브로스와 DJI는 K팝 영상 제작을 협력하고 있다. 이들 협력 첫 작품인 걸그룹 '여자친구'의 '귀를 기울이면' 뮤직비디오는 왜 드론이 성공작인지를 설명하는 동영상으로 다뤄진다.
미국 전자제품 판매장에 가면 스마트폰 등장으로 사라진 카메라 코너에 드론이 자리 잡고 있다. 드론의 대중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개인용 드론 세계 시장 70%를 중국 DJI가 장악하고 있다. 2017년 매출은 280억달러 이상으로 2016년 160억달러에 비해 75% 증가했다. 그 가운데 80%는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세쿼이아캐피털 등 실리콘밸리 벤처 자금이 들어가면서 2015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드론은 모형 무선 비행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형 비행기를 리모컨으로 조종하기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문제 극복을 위해 드론은 반자동 비행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자동 비행은 많은 센서가 결합된 마이크로컨트롤러 보드에 의해 수행된다. 여기에 비행을 위한 소프트웨어(SW)가 비행에 필요한 자체 센서 정보를 활용, 비행을 제어한다. 드론의 핵심 기술은 오토파일럿 SW와 그를 위한 컨트롤러 보드 기술이다.
이제 드론은 미래 택시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고, DJI의 창업자는 이미 유인 드론을 타고 나는 테스트 모습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조종사가 없지만 승객 탑승이 가능한 비행체로 진화하고 있다. 드론의 유인화가 주목받는 것은 자율자동차의 더딘 기술 개발에 대한 불만과 궤를 함께한다. 공중은 지상에 비해 장애물이 훨씬 적어 자율 주행의 복잡도가 비교할 수 없이 낮다. 이미 우리가 탑승하고 있는 비행기는 많은 시간을 오토파일럿 방식으로 자동 비행하고 있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드론 택시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DJI는 개인용을 넘어 산업용 드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미 농업 시장에서 70%를 점령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은 아직까지 수익성이 낮지만 드론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가격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큰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 예상된다.
DJI는 2006년 당시 26세의 홍콩과기대 학생 왕타오가 창업했다. 불과 250만원의 학교 지원금을 받아 대학 기숙사에서 창업한 회사다. 현재 포브스 평가에 따르면 그는 DJI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약 4조원 자산가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젊은 억만장자로 알려졌다. 학교의 창업 지원이 글로벌 대기업 탄생으로 이어진 성공 사례다.
드론은 미국이 국방 분야에서 오래 전부터 앞서 간 분야다. 이를 대중화한 것은 왕타오의 혁신이다. 보통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어렵지 않게 조종하고 가격을 대중화하는 혁신은 포드자동차가 자동차 가격을 대폭 낮춰 새로운 세상을 열던 것과 비견된다. 우리의 창업 생태계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부러운 사례이자 중국이 점점 두려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