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2일 “물가상승률 확대 추세가 불확실한 시점에 금리를 조정하면 경제주체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이 있다”며 금리 동결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은 원인으로는 고용 부진을 꼽았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 위원은 “통화정책으로 선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은 인플레이션 과속이 아니라 저속이 우려되는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조정하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중앙은행 우선 목표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 5년(2013~2017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24%로, 이전 5개년 평균(3.3%) 절반 이하로 하락한 점을 지적했다. 정책금리(1.50%)가 중립금리에 비해 낮다고 지적하면서도, “금리 조정 과정은 물가상승률이 확대되는 것을 확인해가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저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당장 금리를 올리기엔 무리라는 의미다.
실제로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1.5% 내외로, 한은의 연간 상승률 전망치(2%)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반기 물가 급등에도 연평균 물가 수준은 한은 전망치인 1.6%를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원인으로 임금 상승이 물가상승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최저임금 급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 기업과 자영업자 등이 고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년 간 GDP갭(산출갭)이 플러스임에도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나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통상 임금이 올라가면 소비 비용도 높아져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데 최근 그 매커니즘이 빠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한다'는 의견에도 “(한·미 간)금리 격차를 고려해 금리 인상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은행 책임이 기대물가상승률을 관리하는 것인 만큼, 대외적 요인보다는 경기, 물가 등 국내 요인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신호다.
국내 저인플레이션 현상에 주목한 것은 신인석 위원뿐만은 아니다.
지난 5월 조동철 위원도 인플레이션 하락 원인이 과거 긴축적 통화 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신인석 위원과 조동철 위원 등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매파' 이일형 위원만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