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미래 지능정보사회 새로운 일감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AI를 통한 기계화는 사람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대체로 AI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 보조 역할을 하거나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세돌과 알파고'처럼 인간과 AI가 대결하는 구도가 아닌, 인간과 기계 콜라보레이션(협업)이 새로운 업무환경을 조성하고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새 일감 등장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가 인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기술 발전에 따라 전문성을 지닌 새로운 직군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 사회에서 AI가 인간을 도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새 일감 창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MS는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를 통해 △가상현실(VR) 공간 디자이너 △기술윤리 전문가 △디지털문화 비평가 △바이오해커 △사물인터넷(IoT) 크리에이터 등을 10년 이내에 등장할 새로운 직업군으로 손꼽았다. 이후 등장할 직업으로 △우주선 승무원 △퍼스널 콘텐츠 큐레이터 △생태 복원 전략가 △대체에너지 관련 개발자 △인간 신체 디자이너 등을 지목했다.
VR, 홀로그램 등은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이후 기술 발전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 받으면서 새로운 가상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드론이 현실세계 공간을 빠르게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가상 세계에서는 AI 도움을 받아 공간을 디자인하고 건축하는 새로운 일감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진화하면서 AI가 빠르게 보편화된 서비스가 'AI 음성비서' 또는 'AI 스피커'다. 사람 질문 의도나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명령을 이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고, 나아가 AI가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AI가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두뇌를 활용하는 단계로 진화한다면 윤리적 사용 제한은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AI 기술윤리 전문가'가 각광받는 미래 정보사회 직업으로 주목되는 까닭이다.
IoT 크리에이터도 새로운 일감 창출이 기대되는 직군이다. IoT는 인간 삶에 깊숙히 파고 들어온 대표 통신 기술이다. AI와 IoT 결합으로 집안 내 가전기기를 시간·공간 제약없이 컨트롤한다. IoT 기술 발전은 '인간 편리함'에 초점이 맞춰진다. 인간 삶에 적합한 새로운 IoT 기술을 고안하는 것 역시 사람이 해야 할 몫이다.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닌, 개인별 맞춤 서비스 단계로 진화하기 위해 'IoT 크리에이터'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인간을 돕다
AI가 사람을 도와 업무효율 개선을 이끈 사례가 돋보인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발간한 '미래 지능정보사회의 이슈화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개최된 전이성 암 검출 대회에서 앤드류 백 하버드 의대 교수팀은 AI 기반 시스템을 활용해 92% 성공률로 암 검출에 성공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AI와 인간(병리학자)이 협업한 경우에는 암진단 오류율이 0.5%였다. AI만 수행한 경우에는 7.5%, 병리학자만 수행한 경우에는 3.5%로 오류율이 높았다.
연구팀은 “AI보다 사람 암 검출률이 정확했지만, AI와 사람이 협업하면 유방암 등 진단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AI와 사람이 협업할 경우 암진단 오류율은 기존보다 85% 이상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다국적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정부 업무에 AI를 도입하면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AI 기술 수준에 따라 시간 절감, 작업속도 향상, 비용 절약 등 업무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AI 기술 투자 수준이 높을 때 정부는 매년 12억 시간을 절감하고, 411억달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요한 의사결정·정보수집 단계에서 AI가 사람을 도와 오류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정확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을 거란 의미다. 감정에 의한 사람 실수를 줄이고 업무자 간 편차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AI가 바로 잡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손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기대 요인이다.
해외 유력매체 더 엔지니어가 실시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7%가 고용이 증가할 것이고 직업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생각한 응답자는 4%에 불과했다. 대다수 일반인도 AI가 사람을 도와 업무효율 개선을 이룰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는 결과다.
◇노동에 대한 가치 재정립
AI 등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변화 예측시스템을 고도화해 국내 환경에 맞는 노동법, 윤리규범 등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AI를 통한 일감 창출에 관한 선행과제로 손꼽힌다.
NIA가 발간한 '제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수 있는 Job Replacement' 영향분석과 대응방안 보고서는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AI·자동화 기술환경을 반영한 새로운 노동법 체계 확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노동법 체계는 정해진 시간에 같은 공장에 모여 같은 일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오래 일할수록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1차 산업혁명 당시 법률과 사상체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AI가 인간을 도와 업무향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노동에 대한 가치관'도 재정립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는 “기술 및 사회적 소외계층 발생을 최소화하고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완충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