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혁신기업에 성장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벤처펀드가 조성된다.
민간 출자자 참여를 유도해 시장 자율로 자금을 조달하는 IP금융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자금 투입과 함께 IP금융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회수와 평가 인프라도 구축할 방침이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특허청이 금융위원회에 IP금융 활성화를 위한 민간 참여 대규모 펀드 조성 검토를 요청했다. 모태펀드 특허계정 등 정부 IP펀드만으로 IP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자금에 민간 출자분 등을 더해 1000억원 규모 이상의 펀드가 조성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 특허계정을 통해 운영하던 IP펀드는 펀드 자체가 IP를 보유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고 정부 자금 비중이 커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민간을 통해 자금 유입 뿐 아니라 가치 평가, 회수 시장 확보 등 다양한 측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책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그동안 모태펀드 특허계정을 통해 꾸준히 IP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 2006년 첫 출자 이후 지난해까지 총 602개 기업에 8774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도 신성장특허사업화, 공공특허사업화 등에 2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정부 투자가 늘어난 것과 달리 민간 참여는 저조했다. 펀드 출자금의 절반 이상을 모태펀드 등 재정이 부담하지만, 위탁운용에 나서는 벤처캐피털(VC)은 얼마 없다. 실제 올해 모태펀드 특허계정 출자 사업에도 단 2개사만 신청했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활성화된 문화콘텐츠 분야와 달리 IP 분야는 활성화가 더디다”며 “개별 작품으로 투자 성패가 갈리는 문화콘텐츠와 달리 IP는 자산가치를 평가할 회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성공 가능성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이 금융위에 협업을 요청한 것도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도 펀드 조성 외에도 IP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살피기 시작했다. 특허청 등과 추가 논의를 거쳐 지식재산금융 관련 종합대책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주요기업의 자산이 단순 설비자산보다 IP를 비롯한 개발비, 창작물, 디자인 등 다양한 무형자산으로 변하는 추세를 반영한 조치다. 방향은 앞서 발표한 동산금융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풀어갈 전망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전통 방식 자금조달이 감소하고 있다”며 “IP 자산가치 회계기준 마련 등 거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통해 IP금융을 정착시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