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촉발된 근로시간 단축 바람이 주식시장으로 옮겨 붙었다. 2년전 국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30분 연장했던 주식시장 정규 거래시간을 오후 3시로 원상 복구해야한다는 주장이 증권사 노조를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는 증권거래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 앞에서 '부산·경남 결의대회'를 가졌다. 노조는 이날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전국 5개 광역 시·도에서 순차로 결의대회를 열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2016년 8월 1일 국내 증시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정규 거래시간을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 30분으로 30분 연장했다. 노조 측은 2년전 거래시간 연장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계기로 거래시간을 원상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거래시간 연장이 실질적인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단순 업무 부담만 증가했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이런 주장에 거래소는 단순 거래량 증가 여부만으로는 거래시간 연장 효과를 비교할 수 없다며 투자자의 편의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 2년만에 다시 원상복구를 논하는 것 자체가 제도의 안정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거래시간 연장을 논의하던 당시에도 노동계 반발에 3시도 4시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으로 30분 연장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당시 거래시간 연장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시장과의 동조화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오후 4시에 중국 증권시장이 폐장하는 만큼 30분이 아닌 1시간을 연장해 중국 증시 변화를 국내 증시에도 즉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논의 당시에도 거래시간을 단번에 1시간을 늘리는 것은 근무 여건에 심각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논란이 불거졌던 사안이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중국 등 증시와 동조화를 위해 과거처럼 1시간 정도의 점심 휴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데는 동의할 수 있다”면서도 “주52시간 도입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화두가 되고 있는 현재, 단순히 근무시간을 늘리는 거래시간 연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당일 주식거래 종료에 따른 종가 정보제공 등 각종 업무에 필요한 절차를 단축시키는 등의 조치로 노동계 요구에 대응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앞서 개장 전 단일가 매매 시간 단축 등 증권 근로자의 근무 여건을 위한 조치를 이미 취하고 있다”며 “시장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투자자의 편의성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종합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주식 정규 거래시간 원상복구를 위한 노동계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4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 거래시간 단축을 비롯한 증권업 제도 관련 노동계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18일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정치권과 공동으로 토론회를 열어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