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리콜 대상 디젤차(520d·320d·GT)와 리콜 대상이 아닌 '320d' 등을 대상으로 실주행 테스트한 결과 디젤차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기준)가 엄격해진 '유로(EURO)6' 인증 차량에서 전반적인 화재 사고 위험이 더 높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높은 기준을 맞추기 위한 신차에서 배출가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냉각기를 거치지 않도록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구형차 보다 '유로6'신형 차량 화재 확률 더 높다
최근 본지와 자동차 전문가(최영석 선문대 교수·이호근 대덕대 교수)가 실시한 실주행 테스트에서 2015년식 '320d'와 2011년식 'GT' 차량 보다 '유로6'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통과한 2015년식 520d 차량이 바이패스 밸브가 열릴 때가 많았다.
BMW 'GT' 차량은 시속 120~130km 구간, '320d'는 시속 100km 구간 이후 바이패스 밸브가 열렸다. 반면에 유로6 인증을 받은 '520d(2015년식)' 차량은 냉각수 온도가 50도 이상인 조건에서 특정 속도 구간과 상관없이 바이패스 밸브가 열렸다. 만일 장시간 고속 주행을 했더라면 화재 사고 발생 가능성이 너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유로(EURO)6 기준에 의하면 승용디젤차의 경우 질소산화물(NOx) 배출 기준이 유로5 규정에는 0.18g/㎞이었지만, 0.08g/㎞로 50% 이상 강화됐다.
실제 환경부가 2016년 디젤차 20종의 배출가스 검사에서 BMW 520d가 0.07g/㎞로 20개 차종의 평균치인 0.48g/㎞보다 현저히 낮았다. 배출가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냉각기를 거치지 않도록 설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조사에서 유로6 인증 차량인 2015년식 520d이 유로5 차량보다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횟수가 많았다”며 “자동차는 차종별로 같은 로직으로 짜이기 때문에 유로6 차량이 사고 위험성이 더 크다고 봐도 무관하다”고 말했다.
◇올해 화재사고 절반 이상이 유로6 차량본지가 확보한 국토교통부의 '2018년 BMW 화재발생 현황 자료(8월13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27건 화재 사고중에 절반이 넘는 16개 차량이 2015·2016년식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까다로운 유로6 환경규제 인증 차량이다.
또한 대부분이 누적 주행거리가 10만㎞ 이하로 나타났다. 당초 BMW 본사가 화재 발생 조건으로 지목한 4가지 가운데 중에 하나인 '(누적)주행거리가 긴 차량'과는 결과가 다르다. 다만 국토부 자료에서 유로6 차량 16개를 제외한 11개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는 10만㎞를 크게 상회했다.
유로(EURO) 환경규제는 유럽연합(EU)이 정한 자동차 유해가스 배출기준이다. 디젤연료를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입자상물질 등 각종 오염물질이 포함된 비율에 따라 유로1부터 유로6까지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15년부터 국내 디젤 신차에도 도입됐는데 승용차도 NOx기준을 유로5(0.18g/㎞) 보다 낮은 0.08g/㎞로 50% 이상 강화됐다.
유로6 기준을 맞추려면 신형 엔진을 장착하거나 별도의 공해저감장치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게 일반적이다.
차량에서 엔진 과열에도 불구하고 운행 중에 아무런 경고 표시가 나오지 않는 문제도 테스트 결과 확인됐다. 공개된 40여 건의 화재 사고에서도 경고등이 표시된 사례는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고속주행에서 500도가 넘는 배기가스가 엔진룸으로 유입되는데도, 경고등은 한번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발생한 사고차량에서 경고등이 나온 적은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테스트는 EGR모듈 엑추에이터의 진공라인을 뽑은 뒤 이 부위에 진공측정기 호스를 연결해서 바이패스 개폐 여부를 체크 했다. 냉각수 온도는 차량 내부 자기진단장치 연결단자에 진단기를 꼽아 차량 내부에서 실시간 파악했다.
【표】BMW 디젤 차량 주행 테스트 진행 현황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