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모델 유리사(본명 박선혜)는 웹툰 산업 발전을 위한 관(官) 역할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세간에는 인형 같은 얼굴과 몸매만 부각돼 중국에서 인기 있는 모델로 알려졌지만 사실 웹툰, 게임, 코스프레 등 서브컬처 산업 전반에 고민을 하는 '업계인'이었다. 그녀는 최근 부천국제만화축제에 홍보대사로 임명돼 세계 만화팬을 부천으로 모으는 역할을 했다.
유리사는 “작가를 위한 실질 지원 사업이 있으면 좋겠어요. 개인 수준에서는 힘들잖아요”라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중요하죠. 그런데 사회적 문제, 어두운 면을 꼽아 주는 작품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 예술과 다양성을 위해서다.
유리사가 이런 말을 한 배경에는 작가 '생존'이 있다. 유행 코드와 다른 독자노선을 택한 작가가 매출이라는 현실에 막혀 좌절하는 걸 많이 봐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웹툰작가 중 68.7%가 한 해 수입이 3000만원 미만(작년 기준)이다. 보조작가를 둬야 마감 기일을 맞출 수 있으므로 한 사람이 가져가는 수입은 더 적어진다. 하루 14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서도 수입은 상응하지 못한다.
국내 웹툰 시장은 당장 수익을 포기하고 지명도를 쌓는 구조다. 인기 있다고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포털이 연재 작가에게 200만원 미만 월급 형식으로 돈을 지급하고 있지만 신인 작가는 미리보기 유료결제나 판권 계약이 어렵다.
포털에서 인기 있는 소재는 대부분 가볍고 트렌디하다. 흥행공식과 다른 뜻을 품은 작가가 독자노선을 고집하면 당장 경제활동에 문제가 생긴다. 네이버·다음과 같은 플랫폼에만 맡겨두기에는 의미 있는 작품 발굴·유지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녀는 국내 웹툰 콘텐츠 코스프레 활성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한국 코스어(코스프레 하는 사람)는 주로 일본·서구 캐릭터로 분한다. 캐릭터 특징과 매력이 풍부해서다. 반면에 국내 웹툰은 생활툰·공감툰이 인기를 끌면서 특징을 살릴 요소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유리사는 “한국 만화·웹툰은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을 받고 있다”면서 “캐릭터성만 갖추면 외산 만화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프레하면 왜색이 짙거나 노출 많은 옷을 입는 행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프로팀도 생겼다”면서 “이미지가 좋아지면 코스어도 늘어나고 결국 문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