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에 '해킹 경보'가 발령됐다.
최근 민주당과 상원의원, 싱크탱크 등을 대상으로 한 해킹시도가 잇따라 적발됐다.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2016년 대선 때 러시아발 해킹에 시달린 미국은 이번 중간선거에도 개입하려는 러시아의 소행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22일(현지시간) 자신들의 유권자 정보(DB)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다며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고 현지 일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밥 로드 DNC 보안책임자는 “이런 시도는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우리가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는 추가 증거”라며 "민주당의 가장 민감한 정보인 유권자 파일을 노리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해킹 시도는 미 보안업체 룩아웃과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디지털오션에 의해 포착됐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범인들은 가짜 DNC 포털 페이지를 만들어 여기에 접속하는 사람의 ID와 비밀번호를 손에 넣으려고 했다. 문제의 포털 페이지는 민주당의 유권자 정보를 보관하는 플랫폼 '보트빌더'(VoteBuilder)에 접근하는 데 사용되는 포털 페이지처럼 보이게 만들어졌다.
룩아웃의 마이크 머리 보안정보담당 부사장은 "가짜 사이트에 악성 코드는 없었다"며 "이용자들이 자신들의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속인 뒤 그 정보로 진짜 사이트에 침입하려는 것이 해커들의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의 배후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구체적인 해킹 시도 경로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DNC의 언론담당 에이드리엔 왓슨은 "이번 해킹 공격은 완전히 무산됐다"며 "유권자 파일에는 결코 접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로드 DNC 보안책임자는 민주당이 혼자 힘으로 그런 공격을 막을 수 없다며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처를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의 투표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더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해킹과 같은 공격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행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해킹집단이 허드슨연구소와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 등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2곳과 일부 상원의원의 컴퓨터 등에 대한 해킹을 시도했다고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밝혔다.
이에 대해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증거가 무엇인지, 무엇을 근거로 그런 식의 결론을 내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MS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