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레그테크(Regtech)'는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재임 기간에 알려졌다. 당시 금융 당국이 감독 규제 선진화와 신규 및 중소형 금융회사 대상 컴플라이언스 지원 사업 일환으로 '레그테크'에 꽂혔다. 신년 계획으로도 '레그테크 활성화'를 내걸었지만 최 원장 퇴임 이후로는 조용해졌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금융 감시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국 주도에 따른 레그테크 시장은 기존 IT 컴플라이언스와 달리 컴플라이언스 업무와 금융 업무 관점에서 가성비를 살려 IT화시켜야 한다. 감독 당국으로부터 인정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서 가격 경쟁력과 감독 당국의 협력이 없다면 기존 IT 컴플라이언스 사업과 구분이 없어진다.
결국 감독 당국과 협의하고 구축된 레그테크 시스템 상에서 금융회사 규제 준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 레그테크 시장은 '동상이몽'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 감독 당국을 포함해 시장 참여자의 검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과 이해 당사자에 따라 레그테크 해석도 달라진다.
산업별로 △핀테크 산업에서의 레그테크 △컴플라이언스 산업에서의 레그테크 두 가지로 갈린다. 이해 당사자 관점에서는 △컴플라이언스 솔루션 업계가 생각하는 레그테크 △글로벌 IT사와 회계법인(컨설팅사)이 생각하는 레그테크 △법무법인이 생각하는 레그테크 △금융회사가 생각하는 레그테크 △감독 당국이 생각하는 레그테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레그테크 솔루션은 구체적으로 법령 관리, 리스크 관리, 리포팅, 컴플라이언스 관리, 보안, 블록체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레그테크 전문 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컴플라이언스 관련 IT 솔루션 개발사는 기존 컴플라이언스 솔루션들을 '레그테크'로 포장해서 마케팅하고 있다.
컨설팅사(회계법인)에서는 IT 차세대 사업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금융사들이 레그테크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으며, IT 컴플라이언스 프로젝트 관점에서 레그테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 레그테크 논의는 IT 부서 내부에서 멈추고 만다.
감독 당국 규제 준수 허용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대형사 위주의 인하우스 IT컴플라이언스 개발로만 남게 될 것이다.
레그테크 활성화에는 신규 및 중소형사의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현실화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이를 위해 감독기관의 체계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동상이몽'에 그치고 만다.
레그테크는 하나의 서비스로 일대 다 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 IT 컴플라이언스와 다르다. 이에 따라 레그테크 고객사와 서비스사가 감독 당국과 협의된 프로토콜 아래에서 데이터를 통일해야 한다.
결국 감독 당국이 분야별 레그테크 가이드라인을 먼저 제시하고, 업체들이 감독 당국 규제 준수 비용을 현실화할 수 있어야 한다. 고비용 IT 시스템을 제한된 수준에서 대체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존 IT 솔루션 개발 업체들도 '레그테크'라는 용어를 마케팅으로 포장하지 말고 기존 IT컴플라이언스 프로젝트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권도 지금까지 부족한 금융 윤리와 컴플라이언스 이행을 반성해야 한다. 당국 감독임에도 금융권에서 비윤리 이슈와 금융 사고들이 반복해서 터지고 있다. 지금의 금융권 컴플라이언스 시스템과 감독 당국 감독 시스템의 고도화 필요성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현실에 맞는 레그테크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조창훈 컴플라이언스 이니셔티브 대표(법학박사) chosury@complianc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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