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당국이 자국 은행들을 상대로 수출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금융감독 기관인 은행보험감독위원회는 지난 18일 은행들에 대해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프로젝트와 수출기업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은행보험감독위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은행들에 대해 '일시적 어려움'에 직면한 인프라 프로젝트와 수출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안정적 고용을 효과적으로 증진하고 대외 무역과 투자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이런 주문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FT는 미국과의 새 협상을 앞두고 경제적 신뢰도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했다.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오는 22일부터 미국 측과 이틀 일정으로 협상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지난달 중국에 대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이후 이뤄지는 최초의 공식 협상이라고 FT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6일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고 주가도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무역전쟁의 장기적 영향에 대해 투자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증시의 CSI 지수는 올해 들어 15% 이상 폭락했으며, 위안화 가치도 같은 기간 7%가량 떨어졌다. CSI 지수는 중국 정부와 인민은행의 정책실패로 주식시장과 환율이 요동쳤던 2016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자 전략가는 "2015년과 2016년 중국 정부의 문제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면서 "현재 중국이 직면한 문제는 정책적 실수가 아니라 국내 경제 환경과 무역 마찰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지난 11일에 이어 또다시 대출확대를 권고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대처하기 위해 '돈을 푸는 쪽으로' 정책을 변경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은행보험감독위는 지난 11일 은행과 보험사들에 대해 실물 경제의 금융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대출을 늘리라고 권고한 바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올 초만 해도 과도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을 강력히 규제하는 정책을 펼쳤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