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이 유망 스타트업 원천기술을 도용, 특허를 출원하고 산업체에 기술이전까지 마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년간 10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개발한 제품 핵심 기술과 콘셉트를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다.
당사자로 지목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촌진흥청은 즉각 해당 주장을 부인하고 나섰다. 누구나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강경 대응 기조를 천명한 가운데 양측 입장차가 극명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가축용 바이오캡슐 스타트업 유라이크코리아(대표 김희진)는 자사 제품인 '라이브케어'와 유사한 제품을 국산화했다고 발표한 농촌진흥청에 대해 고의적인 특허발명 침해 항의 경고문을 발송했다고 16일 밝혔다.
유라이크코리아가 개발한 라이브케어는 소 입 안으로 투여한 바이오캡슐로 가축 위장 내에서 체온 등 생체데이터를 실시간 수집, 분석하는 헬스케어 솔루션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바탕으로 와이파이, 로라망 등과 연결돼 해당 개체 질병과 발정, 임신 등을 진단·관리한다.
기술 도용 논란은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18일 '반추위 삽입형 건강정보 수집장치(바이오캡슐)'를 자체 연구팀과 민간 기업이 독자 개발해 국산화했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기술 콘셉트부터 구현 방식, 활용 분야까지 여러 면에서 유라이크코리아와 유사하다.
당시 농진청은 가축생체정보수집 장치 특허 출원과 산업체 기술이전을 마쳤으며 8월부터 현장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허 출원 내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유라이크코리아는 앞서 2014년 9월 '온도센서를 탑재한 캡슐 형태 생체주입형 RFID 태그 및 이를 이용한 가축 질병관리 시스템'으로 특허를 등록했다. 지난 4월에는 유럽 특허 출원도 마쳤다. 전국 1만여 마리 소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본에 50만 달러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지난해 농립축산식품부 장관상도 수상했다.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농진청은 특허권 분쟁이 있기 전 2016년 10월 유라이크코리아 측에 비슷한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며 라이브케어에 대한 기술 스펙, 통신방식 등 기술정보를 문의한 적이 있다”며 “농진청 발표 내용은 3년 전 국산화에 성공한 라이브케어 런칭 홍보문구와 전용투여기, 인공지능, 확인방식, 질병, 발정, 임신여부 예측 등 용어까지 동일하게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고의적으로 모방, 동일한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기술이전했다는 주장이다.
중기부 중소기업기술보호상담센터 기술보호 법률자문인 손보인 법률사무소 영무 대표 변호사도 농진청이 6개 특허발명 항목을 침해했다는 검토 의견서를 제출했다. 중기부는 앞서 기술침해 논란이 제기되자 업체에 기술보호지원반을 파견, 법률 자문을 지원했다.
농진청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특허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라이크코리아 주장을 반박했다. 온도센서뿐 아니라 활동량 변화 센서를 추가해 진보성·신규성을 확보해 특허출원했으며 2011년부터 바이오캡슐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통신사망이 아닌 와이파이만을 사용해 별도 비용 발생이 없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농진청 관계자는 “대리 변리사를 통해 유라이크코리아 특허를 포함한 타 특허를 검토한 뒤 특허를 출원했다”며 “특허심판원에 '권리 범위 확인 심판 청구'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도용하 듯 정부기관이 스타트업 특허를 회피 출원해 무상으로 시장에 풀고 실적으로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정은 올해초 기술탈취 근절대책 당정협의에서 피해액 10배를 보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기술침해 당사자가 무죄를 입증하는 입측책임 전환제 도입을 합의했다. 중기부는 관련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을 연내 연구용역을 마치고 법안 발의 예정이다.
유라이크코리아와 농촌진흥청 특허발명 각 개별요소 비교(자료:법률사무소 영무)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