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이 전도성 잉크 가격을 10분의 1로 낮춘 새로운 복합 잉크를 개발했다. 터치 패널, 유연 디스플레이 등 인쇄전극 기기 가격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최규하)은 이건웅·정희진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팀(이하 연구팀)이 그래핀과 구리를 합성하는 방법으로 제조 단가는 낮추고 전기 전도성은 높인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전도성 잉크는 전자기기 배선, 회로, 전극에 사용하는 잉크다. 잉크 소재로는 귀금속 계열인 은(Ag)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은은 전기 전도도가 높고 산화는 잘 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구리(Cu)는 은과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고 가격은 10배나 저렴해 은을 대체할 전도성 잉크 소재로 주목 받아 왔다. 하지만 은보다 녹는점이 높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에 산화막이 쉽게 형성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연구팀은 화학적 안정성에 우수한 전기전도성과 열전도성을 지닌 그래핀을 구리의 산화 방지막으로 활용,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구리 입자 표면에 그래핀 용액을 여러층으로 합성하는 '액상합성법'을 개발 적용해 새로운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 제조에 성공했다. 나노 크기 대비 가격이 저렴한 마이크로 크기의 상용 구리 입자를 사용하고, 대량 생산 공정기술도 확보해 제조 단가를 기존 은 소재 잉크 대비 10분의 1로 낮췄다.
연구팀이 개발한 잉크의 결정은 6개월 이상 유지될 정도로 산화 방지 효과가 높았다. 잉크 전극에 대한 고온·내습 신뢰성 실험 결과, 섭씨 85도 상대습도 85% 환경에서 6개월 동안 전기 전도도의 변화는 5% 미만으로 나타났다.
한발 더 나아가 구리 입자의 크기, 광에너지, 산화 방지막 두께 등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전기전도도를 지닌 전극 패턴 제조 기술도 개발, 전도성 잉크의 응용 분야를 넓혔다. 유연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전자파차폐(EMI) 필름, 태양전지, 무선인식(RFID) 안테나 등의 소재로 활용 가능하다.
이건웅 책임연구원은 “구리 표면에 여러층의 그래핀을 합성할 수 있는 액상합성법을 적용한 전도성 잉크 개발은 세계 처음”이라면서 “특허 출원과 민간 양산 가능성 검증을 거쳐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