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수호황'을 근거로 내년에도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한다. 그러나 경기 위축 등으로 세수 증가세 지속을 장담할 수 없어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세수여건이 양호한 점을 고려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국세수입은 157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9조3000억원 늘었다. 소득세(6조4000억원 증가), 법인세(7조1000억원 증가)가 작년보다 많이 걷힌 영향이 컸다.
기재부는 내년에도 세수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 재정지출을 늘리기로 했다. 내년 본예산을 올해보다 8% 이상 확대한다. 여당 요구대로 10% 이상 늘리면 470조원 수준에 이른다.
수출 확대 등으로 세수 증가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세법개정으로 고소득자 소득세율, 대기업 법인세율을 올린 것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상된 소득세율·법인세율은 올해 소득분부터 적용된다”며 “정부가 실제 세금을 거두는 시점은 내년부터”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수 증가세 지속을 장담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에 따르면 월별 세수 증가세는 지난 4월부터 3개월째 줄었다. 전년동월대비 월별 세수 증가 규모는 3월 5조3000억원, 4월 5조1000억원, 5월 2조9000억원, 6월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세수 증가세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둔화도 세수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우리 경제는 작년보다 2.9% 성장했는데, 하반기 이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생산·투자·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최근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는 75로, 1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기업의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재정지출을 늘렸는데 세수가 기대만큼 걷히지 않으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 국가부채는 이미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17년 말 660조7000억원에서 올해 말 700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지출 기조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세수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한 결과”라며 “다만 내년 이후에는 세수 상황이 어떨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