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시장을 처음 열었던 박민겸 TNB 대표가 인공지능(AI) 기반 주문 분배 허브 플랫폼으로 다시 새판을 짠다.
박 대표는 2001년 국내 최초 배달대행 업체 '거북이'를 설립했다. 배달기사 직접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주로 치킨, 피자, 족발을 오토바이로 실어 날랐다. 당시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없어 배달 기사(라이더)들이 무전기로 주문을 받았다.
17년이 지난 현재 배달 앱이 보편화됐다. 덕분에 배달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졌다. 그러나 배달대행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라이더 숫자는 한정돼 있는데 대행사만 늘어 업계 전체가 라이더 부족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배달 지연 문제가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기업 고객도 불만이다. 한 개 업체에만 물량을 맡기지 못해 어려 대행사와 계약을 맺는다.
이 같은 고충을 풀기 위해 박 대표가 나섰다. 최근 TNB 대표로 선임됐다. 거북이 사업은 손을 떼고 배달대행 업체를 돕는 상생 모델 구축에 집중한다. 그는 “대행사 수는 갈수록 증가하는데도 전국을 커버하는 업체는 없다”며 “소비자가 어디서 주문을 넣어도 빠르게 배달해주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대안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주문 분배 허브 플랫폼을 선보였다. AI는 배달 동선과 시간을 실시간 계산한다. 휴리스틱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플랫폼에 속한 배달대행 업체 가운데 업무 수행에 최적화된 업체를 골라 주문 내용을 전달한다.
배달대행 시장 투명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플랫폼을 거치면 건별 매출, 매입 자료가 자체 개발한 배달대행 전용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 저장, 관리된다. 현금 거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다. 현재 AI 고도화 작업 중이다. 씨엔티테크가 도맡았다. 박 대표가 운영한 거북이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대행사 업무 패턴을 수집,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과제도 있다. 배달대행 업체를 얼마나 끌어 모으는지에 따라 사업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긍정적이다. 달리고, 리드콜, 제트콜 등 6개 대행사와 손잡았다. 라이더 수가 2만명에 육박한다. 전국에 법인 형태 지점도 100곳 넘게 세웠다.
박 대표는 “개방형으로 플랫폼을 설계해 배달대행 업체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연결이 간편하다”며 “입소문을 타고 대행사 추가 유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에는 파파존스와 기업 물류 계약을 맺었다. 케이크·커피 브랜드 아티제와 계약도 추진 중이다. 아티제는 그동안 '카카오톡 주문하기' 플랫폼을 통해 픽업 서비스만 펼쳐왔다.
TNB는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근거리 기업 물류 혁신을 이루겠다는 게 설립 취지다. 박 대표를 포함한 세 사람이 공동 대표를 맡았다. 거북이와 함께 1세대 배달대행 업체로 불리는 박우철 빵빵 대표, 장두일 홍익세무회계 대표가 참가했다. 올해 초 씨엔티테크에 인수되며 세간에 이목을 끌었다. 씨엔티테크는 카카오톡 주문하기 운영사다. 카카오가 이 회사 지분 18%를 쥐고 있다.
최근 재창업 수준 강도 높은 지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씨엔티테크가 지분 10%만 남겨놓고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박 대표가 TNB 경영을 책임진다. 박우철, 장두일 대표는 부대표, 감사로 각각 임명됐다. 씨엔티테크는 인수에서 투자로 당초 결정을 선회, 액셀러레이터로서 지원 역할에 전념할 방침이다. 씨엔티테크로 들어온 주문이 TNB로 넘어갈 수 있도록 API 연동 작업을 마쳤다.
박 대표는 “이미 전국 단위 배달 서비스가 무난히 가능하다”며 “아티제 서비스를 기점으로 배달하지 않는 외식업체 대상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