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를 이용해 뇌 깊은 곳에 위치한 해마의 혈관 및 혈액 흐름 모습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뇌전증 등 뇌질환의 원인 규명 및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전망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문승현)은 엄태중·박관섭 고등광기술연구소(소장 석희용) 박사팀이 레이저 빛의 파장을 이용해 뇌의 해마에서 혈액이 흐르는 모습을 3차원으로 실시간 고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는 광 결맞음(파동이 간섭 현상을 보이는 성질) 단층 영상기술(OCT)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해마는 뇌에서 기억과 공간지각 능력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그동안 해마를 촬영해 혈관 분포 및 핼액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형광물질을 주입해야 했다. 또 자기공명장치(MRI)는 사람과 대형 동물의 뇌는 촬영할 수 있지만 신약을 개발하거나 뇌의 기능을 신속히 관찰해야 하는 소형 동물에서는 해상도 및 크기 제약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치매 등 기억과 관련된 질환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상태에서 실시간 뇌의 혈류를 확인해야 하지만 기존 광학적 영상기법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뇌 조직이 빛의 파장에 따라 다르게 산란하는 특성을 이용해 기존 1.3㎛ 보다 더 긴 1.7㎛ 파장의 레이저로 해마의 미세혈관 촬영에 성공했다. 뇌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을 분석해 뇌 내부의 혈관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레이저 파장 대역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비침습적인 영상기법으로 뇌 혈액의 흐름과 조직의 변형 등을 고해상도의 3차원 이미지로 구현해 뇌질환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엄태중 박사는 “레이저 장비의 소형화가 가능해 MRI로 보기 어려웠던 소형 동물의 뇌기능영상을 간단하게 촬영할 수 있다”며 “뇌 질환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