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사이트에 국민연금 관련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연금 고갈이 3∼4년 빨라지고 보험료 인상설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발단이 된 듯하다. 연금의무 가입 연령이나 연금 수령 연령,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가 17일 공청회에서 공개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8월 초 청원이 시작돼 지금까지 열흘 넘게 국민청원 사이트를 달구고 있는 셈이다. 12일 오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정추계위원회 자문안이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문을 냈고, 1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일방적 국민연금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추계위 의견이 섣부르게 언론을 탄 것으로 정리되는 듯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적립금 635조원을 운용해 국민연금이 올린 기금운용 수익률이 0.49%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을 달군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도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이것도 문 대통령이 6일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서 개선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사안이기도 하다.
실상 2015년 기준으로 산업용 56.6%, 일반용 21.4%인 데 비해 누진제 적용을 받는 가정용은 13.6%에 불과하다. 누진율이 2016년 말 3단계 3배로 줄기는 했지만 아직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7~8월 한시적 완화만을 언급했을 뿐 주택용 누진제 자체에 대해서는 “제도 개편 근본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에 입각한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최근 이런 해프닝에 답답함이 남아서인지 문득 지난 6월 5세대(5G)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 최종 결과에 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설명 때도 국민 배려를 좀 더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다시금 든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매를 통해 이통 3사는 3조6183억원에 3.5㎓ 대역 280㎒와 28㎓에서 800㎒씩을 확보했다.
경매가를 놓고 시작가 1.1배 수준이라거나 최저경쟁가격 단가가 그동안 주파수 경매와 비교해 낮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산업 발전을 통해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 하고 이통 3사도 좀 더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니 한편 위안이 되기는 한다.
단지 얼마 전까지 통신비 논쟁이 있었고 문 대통령도 7월 초 통신비를 주거비, 의료비, 보육 및 교육비 같은 다른 필수 생활비와 더불어 절감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한 점을 상기할 때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인프라 자원을 할당해서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기대된다는 점을 한층 더 자세하게 부연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떻게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부처 노력과 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자칫 세금으로 메우다 보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인 셈이니 정책 선택에 신중함이 필요한 것은 백번 이해된다.
단지 각 부처가 저마다 들고 나온 이 세 가지 사안을 보면서 결국 이것이 모두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 사전에 좀 더 조정하고 균형을 맞췄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의 팍팍한 사정을 생각하면 호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만큼 어떻게 다시 채워 넣겠다는 고민 섞인 설명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작 각 부처가 이런 생각을 할 만한 여유가 없다면 정부에선 누가 기꺼이 이런 일을 하려는지 막막한 마음이 앞선다. 매번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하게 하는 것은 부처가 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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