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구글세'로 불리는 BEPS(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 프로젝트 15개 과제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구글, 애플과 같은 다국적 공룡 기업이 국내에서 편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기 어려워진다.
외국 기업에만 제공해 온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을 없앨 방침이어서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가 해결된다. 2020년에는 국내에서 유한회사로 설립된 다국적 기업도 외부감사 대상이 돼 정부가 매출·수익을 정확히 파악, 세금을 거둘 수 있게 된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최근 확정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 '국내 사업장 범위 확대를 통한 과세권 확보'가 포함되면서 BEPS 프로젝트 총 15개 과제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BEPS는 다국적 기업이 국가 간 세법 차이, 조세 조약 미비점 등을 이용해 세금을 적게 매기는 나라로 소득을 이전해서 과세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지난 2015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BEPS 프로젝트 15개 과제를 확정, 우리나라를 포함해 총 96개국이 참여했다.
기재부가 세법 개정으로 추진하는 '국내 사업장 범위 확대를 통한 과세권 확보'는 15개 BEPS 프로젝트 가운데 마지막 과제였다. 다국적 기업이 국내 사업장에서 제외되는 범위를 예비·보조 성격이 있을 때로 한정, 과세권을 확보한 게 골자다. 기재부는 해당 내용을 포함한 세법개정안을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로써 우리나라도 사실상 BEPS 프로젝트 15개 과제를 모두 추진하게 됐다”면서 “의무 과제는 모두 추진했고, 선택 과제도 의무 과제 수준에 맞춰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EPS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는 적절한 속도로 충실히 이행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BEPS 프로젝트 이행으로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가능성이 낮아지고 공평 과세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프로젝트 13번째 과제로 국세청이 다국적 기업 거래 내역 등을 담은 통합보고서를 올해부터 제출받기 시작하면서 조세 회피 감시 체계도 크게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BEPS 프로젝트 외에도 다국적 기업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각종 제도를 강화한다.
이번 세법 개정에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제도 폐지를 포함했다. 종전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외투 기업은 법인세 등 국세를 최초 5년 동안 100%, 추가 2년 동안 50% 각각 감면받았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은 한국의 외투 기업 대상 조세 혜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에 유한회사로 설립된 다국적 기업은 2020년부터 외부감사를 받는다. 그동안 일부 다국적 기업이 유한회사 제도를 악용,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문제로 떠올랐다. 외부감사를 받으면 정부가 정확한 매출·수익을 파악, 제대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의 국내 투자가 많이 필요하던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다국적 기업도 국내 기업과 동등하게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EPS 15개 과제(자료:BEPS 대응지원센터)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