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핀테크 분야 글로벌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밴티브의 월드페이 인수, 앤트파이낸셜 자금 조달 등 27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거래뿐 아니라 새로운 규제에 따른 틈새시장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12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상반기 핀테크 분야 자금조달 상위 10개 기업 거래 규모가 총 438억38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를 포함한 총액은 이미 2017년 핀테크 자금 총액을 넘어섰다. 그 규모가 정점에 달했던 2015년 실적도 넘어설 기세다.
상반기 중 대형 거래 두 건이 발생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미국 결제 서비스 회사 밴티브는 영국 경쟁사 월드페이를 129억달러에 인수했다. '현금 없는 사회'를 위해 지난해 8월 합병에 합의한 데 이어 올해 1월 마무리했다.
앤트파이낸셜은 벤처캐피털(VC)로부터 140억달러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GIC와 테마섹 홀딩스,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카자나와 워버그 핀커스, 제너럴 애틀랜틱, 칼라일 그룹 등 다수의 해외 펀드들이 참여했다.
상반기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인공지능,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뿐 아니라 인슈어테크(Insurtech)와 레그테크(Regtech) 등 혁신 기술에 집중했다.
특히 5월 유럽 개인정보보호규정(GDPR)·PSD2 시행에 따라 레그테크 시장이 열렸다. 레그테크란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AI와 빅데이터 분석, 블록체인 등 신기술로 금융당국의 각종 법률 규제에 대응하고 규제 준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증권 사태로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그 해결책을 레그테크로 제시하고 있다. 내부통제 및 준법 감시 업무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PSD2 도입으로 오픈뱅킹 체제도 촉진되고 있다. PSD2로 모든 은행들은 올해부터 오픈 API를 공개해야한다. 해당 API로 써드 파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
이런 변화가 VC 및 사모펀드 투자, 인수합병 등 투자를 활성화시킬 전망이다. 엔젤투자자와 시드 금융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핀테크 내에서는 그 활동이 유지되고 있다.
트레이드시프트(Tradeshift)가 2억5000만달러를 유치한 것처럼 세계적으로 기업간(B2B) 핀테크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증가세를 보였다.
세계 전역으로도 핀테크 투자가 확산되는 추세다. 브라질에 본사를 둔 누뱅크(Nubank)는 올해 1분기 1억5000만달러를 모금해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지위에 도달했다.
유럽 5개국(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기업도 각 지역 내 최고 벤처 거래를 올렸다. 영국 은행 레볼루트 2억5000만달러, 독일 N26 1억6000만달러, 미국 P2P결제 솔루션 업체 서클 1억1000만달러를 유치했다.
일본은 온라인 증권사 폴리오(Folio)가 조달한 6300만달러 덕분에 지역 최고 수준의 벤처 거래 명단에 진입했다. 중국과 인도가 아시아 금융시장의 패권을 잡은 와중에 이뤄낸 유의미한 성과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